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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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인간관계가 늘 문제 덩어리다. 업무나 학업 이런 것보다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늘 인간관계였던 것 같다. 가끔씩 가슴 아픈 기사를 접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진입한 공직사회에서조차 숨통을 조이는 자들로 인해 삶을 놓아버리는 이들의 사연. 그들이 심신미약자이거나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거나 업무를 완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내막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내게 닿는 소리는 사람에 의해 생을 놓아버린 이들의 아우성일 따름이니.


관계에서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내 안의 목소리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타인의 감정엔 쉬이 동요를 하며 살피다가도, 자기 자신의 감정이 보내는 시그널을 눈치 못 채거나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제는 내 안의 목소리, 내 감정에 솔직해져야 할 때이다.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심리학 서적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를 통해서 심연에 가라앉은 우리 자신을 건져올려보도록 하자.


열 살인 내 딸은 평소에 똑순이처럼 굴다가도 때때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엄마인 나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도 친구와의 관계가 어긋나버릴까 봐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친구 앞에서는 밝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울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못내 섭섭한 마음에 왈칵 눈물을 터트리는 아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을 무의식중에 떠오르게 하여 더욱 그러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말을 건네주었다.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엄마는 주변의 작은 바람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아이가 커감에 따라서 인간관계는 아이에게 중요한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랬기에 아이가 조금은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를 바란다. 타인에 의해 휩쓸리지 않고 마음에 단단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만나본 책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말을 해준다. 내재된 폭력성이나 분노, 미움과 실망과 같은 감정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고.


감정을 부정하는 사회에서 자신마저 자기감정을 열심히, 제대로 알아주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전통과 관습이라는 타이틀로 무장한 질서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암묵적 룰들에 지배당하게 되어있다. (p.24)


당신이 느끼는 것은 항상 옳다. 당신이 느끼는 것을 잘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답이 보인다. (중략) 옳은 느낌을 더욱 옳게 만드는 것은, 감정의 진정한 소유자인 당신 자신이 그것을 정확히 이해해서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내 의지가 반영된 생각 작업을 통해서이다. (p. 84)



정신분석가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인 그녀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건네주는 팁 또한 너무나 좋았다. 아이에게 맞닿뜨린 분노를 일게 하는 문제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대목이 특히나 관심이 갔다.


무엇과 혹은 누구와 맞설 것인지, 싸울만한지 아닌지, 싸워서 뭘 얻어낼 것인지, 싸움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틀이 없을 때가 문제이다. (중략) 집에서 보다 안전한 대상들과 가능한 한 많은 싸움의 기술들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들과의 건강한 논쟁을 즐기고, 자기주장을 충분히 수용해 주고 견뎌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략) 보다 나은 문제 해결법을 찾는 과정에서 분노 시스템을 건너가는 게 전략상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p. 97)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에서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평생 함께하는 파트너인 '감정'에 대해 적절한 예시와 함께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다. 감정에 솔직한 것을 좋지 않게 여기던 오해에서부터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것인지,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는 팁을 전수해 주고 있다. 지금 감정의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면,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를 통해서 지친 자신을 건져올려주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많은 탓인지 심리학 책이 많이 출간되어 입맛대로 골라 읽는 맛이 있다. 신체의 질병 못지않게 눈여겨 봐줘야 할 것이 마음의 질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몇 차례 심리학 저서를 읽었던 탓인지, 심리학 용어들이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느낌적인 느낌마저 든다. 마치 그간의 연륜과 경험치로 스스로를 반의사가 되었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처럼.


오늘도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래, 맞아'라고 내뱉지만, 정작 책 안의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진 못한다. 늘 실행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감정에 조금 더 귀 기울여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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