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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권정생 ㅣ who? special
다인.이준범 지음, 주영휘 그림, 권정생 어린이 문화 재단 감수 / 스튜디오다산(주) / 2021년 10월
평점 :
살아생전보다 죽어서 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가 있다.
평생을 소탈하게 살며 가진 게 없어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사람, 글 안에서 삶의 희망을 노래했던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그러하다. 시대적 불운과 허약한 신체를 이겨내고 글 안에서만은 누구보다 굳건하고 강한 자, <who 스페셜 권정생>을 통해 그의 삶을 엿보고자 한다.
권정생 작가의 글에는 거짓과 꾸밈이 없다. 작고 볼품없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 눈이 있다. 동화 '강아지똥'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강아지똥에게 민들레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유의미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그의 동화는 평생을 소탈하고 순수한 동심을 지닌 채 살아간 권정생 작가와 닮은 구석이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을 몇 차례 만나보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겉모습을 믿지 말자,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식의 논리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렇지만 권정생 작가는 동화 속 모습과 현실 모습이 똑 닮았다. 이번에 who 시리즈로 만나본 권정생 작가의 모든 일생을 보니 그러한 나의 마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1937년 일제 지배하라는 불온한 시대에 태어난 작가의 삶은 지금의 우리들 모습으로써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고 쓸쓸하다. 두 번의 전쟁과 지독한 가난, 떠돌이 생활 그리고 평생을 그를 괴롭힌 병의 고통까지. 그의 삶은 차디찬 겨울을 닮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과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운 생의 끝자락에서 그를 건져올린 건 이야기일 것이다.
거리 청소부인 아버지와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 책을 읽고 싶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그런 마음을 내비치지 못할 정도로 착한 심성의 어린 권정생. 아버지가 주워오는 물품들 속에 책을 발견할라치면 행복해지는 아이 권정생.
요즘 아이들은 그때 그 당시를 살아갔던 작가의 마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마음껏 책을 읽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굶주리지 않고 마음껏 먹고 싶고, 자유롭고 숨 쉬고 싶은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자니, 현실에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작은 주문을 말해보는 것이다.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인생 말년에 권정생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빌뱅이 언덕 오두막집에 살았다. 그리고 유서에 작품으로 남은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쓰이기를 바라며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다. who 스페셜로 만나본 권정생 작가의 이야기로 겨울이 머지않아 쓸쓸함이 감도는 이 가을,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느껴본다.
who 시리즈가 좋은 점은 다루는 인물의 일화를 만화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통합지식 플러스로 각 장 끝부분마다 궁금했던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는 점이다. 권정생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과 그와 연관 있었던 인물들 뿐만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를 아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상북도 안동시에 '권정생 동화 나라'에 언젠가 자유로워진 마음으로 방문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곳에 그가 직접 쓴 '좋은 동화 한 편은 백번 설교보다 낫다'라고 새겨진 현판을 직접 보고픈 마음이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