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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 있다.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왔던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우리에게는 젊음을 찬양하고 늙음을 비관적으로 보려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철부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듯, 나이듦을 거스를 순 없다. 강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 늙어감도 자연의 이치이다.
조금 더 겸허하게 나의 노년을 기다려보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얼굴엔 주름이 생긴다. 탄력이 넘치던 볼은 쳐지고 검버섯이 피어오른다. 의학기술이 좋아져 여러 시술로 늙음을 미루는 이들 또한 많다.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할 수 없지만, 나는 자연스레 자리한 주름잡힌 얼굴에 정다움을 느낀다.
이번에 만난 책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라는 어린 손녀와 늙은 할아버지가 주름에 대한 에피소드를 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짧은 단상이다.
손녀 요탐은 어느 날 문득 할아버지 주름이 궁금해진다.
"주름은 어떻게 생긴 거예요?"
어린아이이 순수함이 엿보이는 질문에 과연 할아버지는 어떠한 답을 내려주실까?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 으레 생각했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은 대단하다.
카페에 앉아 할아버지는 커피를 손녀는 포도주스를 마신다. 일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주름은 어른들에게 생기는 거란다."
"주름이 생기면 아파요?"
"아니, 아프지 않아."
어린 손녀의 눈에 할아버지의 주름은 신비롭다. 자신에겐 없는 것이니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손녀의 눈에는 할아버지 이마를 가로지르는 주름은 바다이자 파도로 보이고, 할아버지 뺨의 생긴 주름은 바다를 뛰노는 작은 생물처럼 보인다.
표현이 아름다워 이 동화를 읽자니 시적 감수성에 빠지게 된다. 나는 저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노년의 삶을 생각했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젊음의 빛이 사라지고 나도 어느새 중년을 향해가고 있었다. 때로는 나이 들어감이 서러움으로 불쑥 찾아오곤 한다. 붙잡을 수만 있다면 붙잡아두고 싶고,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추고만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또 생각한다. 시간은 자유분방한 녀석이라 가고자 하는 데로 가게끔 놔둬야 옳다고. 붙잡으려 한다고 고분고분하게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
그렇다면 나는 나의 노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옳을까?
나는 생각하고 또 마음을 다잡는다.
작열하듯 붉게 타오르는 젊음 또한 좋지만, 붉게 물드는 노을빛을 닮은 노년 또한 아름답다고.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