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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정교영 지음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예전에는 한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로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물어보는 것이 흔했다면, 요즘은 MBTI를 묻는 경우가 많다. 성격유형 테스트라는 게 할 때마다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기에 맹신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일렬종대 해서 구분 지었다는 것이 참 흥미롭긴 하다.
나는 내향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어릴 때부터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라는 말이 가슴에 파동을 주었다. 혼자 있고 공상하기를 즐겨 하던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물 밖으로 나가고자 하면 할수록 더 지치고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나이기에, 소중한 존재라는걸.

내향인을 위한 심리책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에 반해 외향인을 위한 심리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만 두고 보아도 내향인보다 외향인은 제 앞가림을 잘 해나가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에 반해 내향인은 마음 토닥여주고만 싶은 일종의 모성애 같은 마음이 생기는가 보다.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은 사회활동이 끝난 뒤에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느냐, 사회활동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충전하느냐이다. (P. 83)
이 책의 지은이는 아주대학교에서 성격심리학 강의를 하고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자로서, 그 역시도 내향인이라 한다. 책에는 저자의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과 더불어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의 심리를 살피고 진단해 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지은이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잘 다가온다.
이 책은 한마디로 생각하기가 취미이고 걱정하기가 특기인 내향인을 위한 심리처방전과 같다. 나 또한 내향인으로써 공상하기를 즐겨하고 때로는 대중 속에서 더 외로운 사람이었다. 새학기마다 설렘보다는 걱정을, 새로운 자극엔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내향성이 나쁘다 칭할 순 없다. 그러하기에 현실에 맞추고자 기를 쓰고 노력할 필요 또한 없다. 그렇지만 개인을 성장시키는 성장 동력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은 불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함을, 익숙했던 어제와는 다른 환경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늘 예의주시하되 사회와의 막을 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대하는 가혹한 시선으로부터 거둬들이고, 조금만 더 따뜻한 눈으로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 47)
나는 직장 생활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여겨왔던 사람 중 하나였다. 예민함에 뭔가를 목전에 두고는 입맛 또한 사라져버린다.(앞자리가 바뀐 체중은 내가 지금 지닌 편안함의 상징과도 같다) 더구나 한국인은 정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여길 정도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도 하였다. 뭔가 서로가 조력해 업무를 수행해나가고, 친목 도모라는 명목으로 업무가 끝나고 가지게 되는 식사 자리와 술자리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노래방이라도 갈라치면 곡소리가 절로 났다.
그렇지만 그런 내 성격도 많이 다듬어졌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각진 부분이 이리저리 마모된 느낌이다. (엄마는 강하다 내지는 아줌마 파워라고 해야지 싶다) 이 책에서 역시 성격은 나이를 먹으면서 터득한 다양한 경험들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라는 게 있을까?
누구와도 어떤 장소에도 쉽게 물드는 외향성이 좋은 성격이라고, 매사에 신중하고 때로는 신중함이 예민함으로 비칠 수 있는 내향성이 나쁜 성격이라고 이분법적인 잣대는 불필요하지 않을까?
때로는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치 않고 주야장천 자신의 레퍼토리를 읊는 이보다 진중하고 세심하게 타인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이가 더 멋지다. 그런 점에서 내 자신을 더 잘 알고 더 사랑해 주기 위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책은 좋은 길라잡이 역할이 되어줄 것만 같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