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 번 -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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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스토리가 부족한 사람이라 여겨왔다.

내 속에는 여러 말들이 정렬된 채 입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다가, 세찬 바람에 흐트러져 사라져 버렸다.

그런 나에게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조언해 주는 듯하다.

노련한 인생 경험이 녹아있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건강을 자신해도 그 어떠한 사건사고가 자신을 비껴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체 건강한 이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와는 다름'이다. 편견 어린 시선이 그들의 마음의 창을 닫게 할 거라는 것을 모른 체.

 

분명 남들보다 느린 신체를 가졌다는 것은 세상살이에 걸림돌이 된다. 신체가 자유로운 사람들과 같은 걸음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두 세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신체적 결함을 가져 보지 않았기에 그 길을 감히 예측하기에도 어렵다. 힘들 것이라는 추측할 뿐.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가시지 않은 장애인의 편견이 존재한다.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장영희 교수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맞서 남들보다 더한 노력으로 영문학과 교수이자 번역가로 칼럼니스트이자 중고교 영어 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하게 활동을 했다. 그녀를 보면 신체의 단점을 지혜로 완전 타파한 한 명의 여전사를 보는 것만 같다.

 

이번에 샘터에서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 번'이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왔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보시곤 하던 월간 샘터를 읽어서랄까 샘터 책은 나에게 봄볕처럼 조금은 더 따스한 느낌이다. 그 안에는 친숙하고 따스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꿈처럼 펼쳐있다. 그 안에서 만났던 따스하고 용기를 주었던 장영희 교수님의 글이 이렇게 에세이집으로 만나다니, 책을 읽으며 그때의 어린 나의 순수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저 별을 떠나는 빛은 앞으로 1100년 후, 그러니까 서기 3100년쯤, 지상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는 누군가의 눈과 만날 것이다. 그땐 또 어느 복제 인간이 복제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저 별을 쳐다볼까, 아니면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는 로봇이 반란을 꿈꾸며 저 별을 쳐다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때 장영희는 티끌만큼도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p. 68)

 

조용히 앞선 그녀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그 누구보다 찬란한 삶을 살다간 당신의 삶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참 많다고. 당신의 이름 석 자, 당신의 음성을 되뇌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모든 것을 예사로 보지 않고 이야기에 녹여내는 그녀를 본받고 싶어진다.

우리는 모두 다 이야기 꾼이다.

그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가득하니 어떻게 표상하는지 그 차이만 있을 따름이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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