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데버라 펠드먼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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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민족을 꼽으라면 유대인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에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민족 또한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벨상의 23%를 휩쓸었다고 한다. 그들의 책과 토론을 가까이하는 삶을 나 또한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번에 유대인 여성의 공동체 탈출에 관한 이야기인 '언오소독스'를 읽고 나서 지금껏 유대인에 대한 편향된 시선만을 지니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나는 유대인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치의 박해로 줄어든 유대인 인구를 회복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출산에 주력한 하시딕 유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과거 여성에게는 자녀 출산의 의무가 주어지며 배움에 뜻을 품기 어려웠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기보다는 현모양처만이 좋은 여성상인 양 말해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여기, 현대 뉴욕의 한복판에서 여성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만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이들은 고대의 종교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로 히틀러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을 극복하는 것을 민족의 사명으로 삼은 이들을 초정통파 유대인(ultra orthodox jews)이라 부른다. 책 언오소독스는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며 탈출한 데버라 펠드먼이라는 여성의 회고록이라 볼 수 있다.

 

뉴욕 윌리엄스버그 지역에 모여 사는 공동체 사트마는 아이들을 미국 학교에 보내는 대신 자신들이 세운 종교 학교에 보낸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인 이디시어를 사용하며 영어로 쓰인 책은 읽지 못하게 한다.

할아버지가 요사한 뱀과 같다고 묘사한 책들이 나의 막역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이미 타락했다. (P. 124)

학교에서 배우는 책 내용 또한 검열해서 나온다. 또한 여자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진학을 꿈꾸지 못한다.

 

교육은, 그리고 대학은 윌리엄스버그 밖으로 나가는 길이자 문란함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늘 한번 잘못된 길에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으며, 신에게서 멀어진 유대인의 영혼은 영적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P. 112)

 

사트마 공동체에 사는 그들은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탈무드 속 유대인의 모습으로 사는 법만을 학습하는 것이다.

 

나는 비유대인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 세계와 이렇게 가깝게 맞닿아있는 이질적인 세계의 신비로움에 끌렸다. (P. 84)

 

책을 이끌어가는 주된 화자 데버라는 주어진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고 그로 인한 결과까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지향한다. 그녀는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멈추고 자신이 속한 이 세상에 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데버라의 어머니 또한 아이를 출산 후 대학을 진학하는 꿈을 좇아 공동체를 떠났다. 또한 그녀는 정신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아닌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조부모 손에 의해 자라났다. 어쩌면 불완전한 가족의 형태속에서 그 누구보다 완전한 가족을 꿈꾸지 않았을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데버라는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게 되지만, 열일곱의 나이에 중매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당사자인 남녀의 의견이 아닌 집안 어른들이 자신들과 어울릴 법한 집안의 사람과 맺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스물이라는 나이를 넘어서 결혼을 못 하는 것은 흠이 될 만한 일이다.

 

나는 열일곱 살이고, 윌리엄스버그에서 이 나이 무렵 여자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P. 163)

 

결혼을 하면 여자는 삭발을 하고 그 이후에는 가발을 쓰거나 두건을 쓰고 다닌다. 책을 읽으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일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여성에게 억압만을 강요시하는 곳에서 데버라는 결혼을 하면 조금은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않을까 생각한 듯하다. 더 이상 어릴 시절처럼 침대 밑에 책을 숨겨놓지 않아도 될 수 있을지 알았다. 그렇지만 그조차 억압받고 남편에게 맞춰주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아이를 가지는 그 과정조차 여성의 만족감이 아닌 남성의 자존심을 채워주는데 그친다. 조금은 어렵사리 임신하고 아이를 출산했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만족하며 살기를 원치 않는다.

 

내 몸에 사트마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DNA에 새겨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지 내 정체성에서 떼어내어 버릴 수 있는 꼬리표에 불과하다. (P. 174)

 

그녀는 오랜 차별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향해 아들과 함께 베를린으로 떠난다. 언오소독스는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로 2020년 3월에 제작되었다.

 

내가 그 입장에 처했다면 데버라처럼 벗어나려 했을까?

현실에 순응하는 나약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데버라라는 여성의 삶을 내 안으로 가져와 대입해보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곳을 벗어난 그녀의 모습을 칭송하고만 싶어졌다. 억압된 세계 안에서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서의 삶만을 자유의지 없이 살아가기엔 그녀의 의식은 이미 깨어있었다. 그녀처럼 깨어난 의식을 지닌 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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