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해마다 여름이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무서운 영화나 앞다퉈 개봉한다. 최근에 나온 영화 '랑종'이나, 지난달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6'이 대표적이다. 나이를 먹더니 조금은 강심장이 돼가는 모양인지, 이 두 편의 공포영화로 나의 쫄보게이지가 한층 낮아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본 좀비소설 '시체와 폐허의 땅'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청소년 도서상인 시빌스상 수상을 비롯해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 및 가장 인기있는 도서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 중에 있는 '시체와 폐허의 땅'

우리가 기존에 알던 좀비에 대한 개념을 바꿔줄 소설 '시체와 폐허의 땅'을 통해 책의 재미를 느껴보도록 하자.

 

시체와 폐허의 땅에는 한때는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죽어버린 시체인 좀비가 산다. 열다섯의 베니가 거주하는 마운틴사이드시에는 철조망 너머는 좀비들이 있는 시체들의 땅이 코앞이다.

 

베니는 첫번째 밤에 좀비로 인해 아빠를 잃고, 또 좀비가 되어버린 아빠에게서 엄마를 잃었다. 너무나 오래전 일, 베니가 어린아이였을 때의 일이나 모든 기억이 정확하진 않을 테지만 베니는 똑똑히 기억한다. 좀비가 되어버린 아빠가 엄마를 공격할 때, 형 톰은 어린 자신을 안고 집에서 벗어나 도망을 쳤다는 것을.

 

형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베니에게 형은 겁쟁이일 따름이다.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피와 아픔으로 가득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마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은 첫째 날 밤 이후 언제라고 좀비들이 공격할지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산다. 그렇기에 좀비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겨났다.

 

좀비들이 철조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둔 담장을 따라 걸으며 철조망을 흔들어보아 뚫리거나 녹슬어 약해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담장 점검이라든지, 수레에 실려 온 좀비 시체를 내려 채석장 아래의 불구덩이에 던지는 일을 하는 시투꾼, 산 자의 얼굴로 유추해서 좀비가 된 후의 모습을 그리는 좀비 초상화가, 그리고 베니네의 가족사업이라 할 수 있는 좀비 사냥꾼이 대표적이다. 가족이라 해봤자 이젠 이복형제 톰뿐이만.

 

마을 사람들은 형 톰이 이 마을 최고의 좀비 사냥꾼이란다. 그러나 베니는 믿기 어려웠다. 자신에겐 단 한차례도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베니는 과연 톰이 좀비들을 죽일 수 있을지 의심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닭장에 살던 닭이 여우를 공격하는 것 같은 모양새일 것 같았다. (p. 48)

 

형에 대한 오해로 형과 사이가 좋지 않던 베니는 형을 따라 사냥꾼이 되기 위한 도제견습을 받게 된다. 그들이 사는 마을 마운틴사사이드시는 열다섯 살이 되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일을 해야만 하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직업을 돌고 돌아 형에게 와서 형처럼 좀비 사냥꾼이 되겠다고 했고, 함께 다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간에 자신이 형에 관해 알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베니의 톰은 단순히 좀비를 죽이는 사냥꾼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톰은 좀비가 되어버린 가족을 둔 이들의 의뢰를 받고 일을 수행했다. 좀비로 변해버린 그들 또한 과거에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으며, 한 가족의 한 구성이었음을 잊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름의 영결식을 해주며 떠도는 삶을 종료시켜주는 것이다. 의뢰자들이 건네준 좀비로 변해버린 모습을 유추해서 그린 좀비 초상화와 그들이 예전에 살던 집의 위치와 관련된 정보를 받아 그들을 찾아내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조력해 주는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좀비들에게도 마지막까지 예를 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와 달리 베니가 존경한다고 마지않던 찰리와 해머같은 좀비 사냥꾼들은 좀비가 사람이었던 것을 무시하고 보이는 족족 총을 쏘고 이미 죽어버린 좀비의 시신을 칼로 자르며 희열을 느낀다. 자신이 행한 일을 영웅담처럼 늘어놓으며 세상 아래 자신들보다 더 강한 자는 없다고 여긴다. 그런 그들에겐 더없이 추악한 모습이 감춰져 있었으니, 바로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좀비와의 도박 결투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랜드라는 곳에서는 잔혹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소설은 베니와 톰 형제가 감춰둔 진실을 파헤치고 종전에는 어린이를 구해내는 일련의 사건을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극의 흥미를 높여준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소설의 저자 조너선 메이버리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집필하고 브램스토커 상을 5번이나 수상한 작가답게 좀비소설이라는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와 함께 가족소설, 성장소설의 느낌 또한 강하게 어필해 준다. 십대간의 사랑 이야기 또한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과연 인간이지만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사악한 수를 쓰는 인간들을 좀비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사고능력 없이 다만 좀비니까 좀비로 존재한 그들이 그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베니는 이제는 안다. 형은 겁쟁이가 아니라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시체와 폐허의 땅'은 어린 꼬마가 커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 한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웜 바디스'는 인간과 좀비와의 사랑을 그려냈다면, '시체와 폐허의 땅'은 가족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영화가 개봉되는 그날, 기꺼이 영화관을 찾아가 소설과는 또 다른 영화의 매력을 맘껏 느껴볼 예정이다.

 

연일 찌는듯한 무더위가 지속되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좀비 소설 '시체와 폐허의 땅'으로 시원한 여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는지.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