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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종 중 랜덤)
구상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7월 16일부터 만나볼 수 있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드라마로 접하기에 앞서서 책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알고 봐서인지 책을 보는 내내 그 배우의 음성과 행동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녀가 소원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는다는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고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어떠한 소재와 스토리로 구미를 당기게 해줄지 궁금했다. 더불어 마녀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과 누구에게나 친숙한 음식이라는 소재가 어떻게 믹스매치할 것인지도.
당신은 정해진 운명을 바꿀 기회가 오면 선뜻 바꿀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수라고 한다면?

좋지 않은 일은 왜 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까?
여기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는 것도 모자라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는 갑작스럽게 깡촌으로 인사발령이 내려진 비운의 여주인공 '진'이 있다. 평소 같으면 식당을 차리자는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넘겼을 그녀지만 앞길이 첩첩산중인 그녀가 취할 선택지는 딱히 없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고 식당을 인수받게 되었지만 왜인 걸 사기꾼에 속아 대차게 말아먹고 만다.
'급처분, 임대문의'라는 문구를 적어 유리문에 붙여놓고 눈물을 훔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진앞에 그녀의 구세주가 되어줄 마녀가 나타난다. 마법을 부리려면 장소가 필요하니 장소 제공을 해달란다. 흡사 이것은 동업하자고 하는 건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말이지... 과연 진은 자신을 마녀라고 칭하는 이 여자를 믿어야 할까?
믿어야 한다!! 지금 진은 찬밥 더운밥 가릴 군번이 못된다. 사거리에 볕도 잘 들지 않은 영끌한 식당을 자신의 분신인 양 안고 가야 한다.
여기는 마녀식당. 손님들에게 소원을 이루어주는 요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 소원이 사랑을 이루는 것이든, 부자가 되는 것이든, 복수를 하는 것이든, 손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요리로 만들어 대령한다. 효과는 백 퍼센트. 하늘에 맹세코 장담하는 바다. (p. 23)
진의 엄마는 평생을 한량처럼 살고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남편의 병수발을 위해 시골로 떠났고, 이제 식당에 남은 사람은 진 하나. 아니 정정하자면 이제는 마녀 포함 둘이다.
그렇지만 진은 바지 사장이었던 것일까? 온갖 허드렛일은 진의 몫. 마녀는 진을 조수 부리듯 한다. 마녀의 가르침과 더불어 마법의 책에 나온 레시피를 통해 소원을 원하는 자들을 위한 세상에 둘도 없을 맛 좋고 환상적인 음식으로 탄생한다.
젊은 날 다 바쳐 물심양면으로 학업 뒷바라지를 해줬더니 바람이 나서 자신을 떠나버린 연인을 잡고 싶다던 여자를 위한 맵고 달콤한 맛이 공존한 '핫, 핫 초콜릿'
자신을 괴롭히는 자들과 방관하는 자들만 있고 내 편 하나 없는 학교라는 공간에 진절머리가 난 남학생을 위한 '네 영혼을 위한 토마토 스프'
기술을 배우라는 아버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대학을 나왔건만, 막상 사회에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자로 전락한 비운의 사나이를 위한 '힘을 내요, 영계백숙'
살아생전 아들이 장가가는 것이 소원인 여든의 노인을 위한 '연분말이 잔치국수'
막다른 벽에 도착한 이들 앞에 운명처럼 등장한 '마녀식당'
이 식당에서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 그 소원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진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음식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음식에 대한 대가는 필수이다. 그것은 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이들이 음식을 먹고 치렀던 대가로 내놓은 것을 살펴보면, 목소리와 손가락 일부 그리고 기억력까지. 상상을 초월할만한 것들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소원이 이뤄지는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삶의 우연이 빚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마녀식당의 요리에 깃든 마법의 힘 덕분이었을까? 어쩌면 삶 자체가 마법인지도 몰랐다. (P. 200)
마녀가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진을 선택한 이유, 마녀가 많고 많은 식당 중에 쫄딱 망한 회생 불가한 식당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당신 또한 책의 즐거움에 퐁당 빠져보시길.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는 것처럼 마녀와 진의 관계를 주목해보는 것 또한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줄 것이다.
당신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겠지만 진 역시 마녀가 된다. 마녀는 유전되는 것이라는데...... 이로써 마녀와 진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녀가 진의 식당을 찾아왔던 건 일종의 마녀 수업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녹록지 못한 삶은 한 번씩 우리를 판타지한 세계를 염원하게 만든다.
당신과 내가, 지금 이 순간 마녀식당을 찾는 그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