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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칼의 아주 특별한 질문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92
데보라 프리드만 지음,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21년 5월
평점 :
도시의 삶은 편의성과 화려함을 주지만, 자연의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여유로움을 주지는 못한다.
요 근래에 여섯 살 우리 집 꼬마 아이는 자연의 멋과 맛을 즐기는 듯하다.
교외를 벗어나 찾게된 물이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에서 만난 올챙이에게 푹 빠져들거나,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제법 풀이 무성한 곳에서 만난 달팽이의 움직임에 절로 배시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올챙이가 뒷다리가 나와 개구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초롱초롱한 눈에 담고, 달팽이가 상추를 먹고 초록색 똥을 누는 모습에 신기해한다.
이런 게 자연이 주는 삶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아닐까?
이번에 만난 그림책 '지렁이 칼의 아주 특별한 질문'에 나오는 칼이라는 이름의 지렁이 친구도,
아이에게 작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 말을 걸어온다.
"만나서 반가워 :D"

지렁이는 작은 미물이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찾을 수 있고, 만나도 썩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한낱 작은 미물일 따름이다. 그런 지렁이를 그림책 '지렁이 칼의 아주 특별한 질문'에선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칼이라는 이름을 지닌 지렁이 친구를 만나고자 한다.
땅속에서 살면서,
부지런히 꼬물꼬물 움직이며,
땅을 파고,
굴을 뚫고,
떨어진 나뭇잎을 먹어치우고,
뭐든지 삼키고 뱉어내면서,
온갖 지저분한 걸 보슬보슬한 흙으로 갈아엎으며
날마다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 주어진 역할이 있듯이 지렁이 칼 또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지렁이의 습성과 사는 환경과 같은 사실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
그림책이지만 자연관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재미와 감동을 더해 알게 되는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들쥐가 건넨 질문에 지렁이 머릿속에 작은 종이 울리는 듯하다.
"왜 그런 일을 하는 거야?"
지렁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방황 아닌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금방 알아 올게."
그렇게 칼의 모험이 시작된다. 자신이 왜 지렁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단순하지만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모험 중에 만나는 다른 동물 친구들은 그들이 하는 일의 나름의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그럴수록 초조한 지렁이 칼.
칼이 해답을 찾기 위해 떠난 사이 시간은 흐르고 흘러, 흙은 딱딱해지고 땅이 바짝 말라 쩍쩍 갈라져만 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동물들에게 뻗어나간다.
칼은 방황하는 동물들을 보며, 자신이 왜 지렁이 일을 하는지, 누구를 위해 지렁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부지런히 오물오물 먹어치우고 뱉어내고, 굴을 뚫으면서, 딱딱해진 땅을 전처럼 보들보들하게 만들어간다.
모든 동물들은 이제 안다. 지렁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해왔기에 자신들의 삶이 더 풍요로울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 대한 대답과 함께, 우리 스스로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수행할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장난감도 좋지만, 한 번쯤 야외로 나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렁이 칼의 아주 특별한 질문'을 통해 자연을 더욱더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한 뼘 더 성장한 듯해 기분이 좋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