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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1
김민령 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현재를 살고 있는 초등학생의 삶은 내가 겪었던 모습과는 많은 것이 변했다.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스승의 날, 선생님의 책상을 가득 메우던 선물 꾸러미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지던 그때 그 시절, 선생님은 고맙다는 말씀 같은 건 없으셨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우리 때보다는 조금은 자유로워 보인다.
쉬는 시간마다 칠판지우개를 터는 일도, 복도 바닥을 쪼그리고 앉아 사포질이니 걸레질이니 하지도 않으니.
일기 쓰기를 검사받지 않아도 되고, 숙제가 많으면 부모가 나서서 선생님께 항의 전화하는 것도 서슴지 않으니.
그럼에도 예전 1990년대의 초등학교가 그리운 건 왜일까?
아마도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학생이 있어야 할 곳에 자유롭게 머물지 못함 때문일까?
마스크 안에 표정을 감추며 살아야 하는 탓인 걸까?

아동문학은 아동기인 아이들이 느껴야 할 감정선을 다루고 있어서 좋다.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등장해, 닮은 듯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꽤나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사계절 아동문고 100권 기념 작품집으로 총 13편의 단편동화가 수록된 책이 나왔다. 총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 수록된 책 중에 내가 읽게 된 것은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의 책이다.
다이너마이트 외 6편의 단편동화가 수록된 책에는 아동문학상과 어린이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7인의 작가들의 개성만점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에서는 새끼 고양이가 등장해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구멍'과 '상병차포마'는 현실에서 한 번씩 꿈꾸는 판타지한 상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의 탄두리 치킨'과 '5학년 1반 연애편지 사건'은 초등학생들이 느낄법한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다루며, '멍한 하늘'은 아동학대의 어두운 측면을, '다이너마이트'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느끼는 왕따와 남들과는 다른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하지만 궁극적인 주제는 관심과 애정에 있다.
'다이너마이트'에 등장하는 6학년 도훈이는 남자아이지만 BTS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거나, 그들처럼 화장과 액세서리를 한다. 그런 도훈이에게 친구들은 '계집애 같다', '게이 아니냐'라는 말로 속을 긁어놓는다. 베트남에서 아빠와 결혼을 하러 온 어린 엄마는 3학년 때 이혼해서 따로 살고 계시고, 아빠는 야간근무가 잦아 같이 저녁식사하는 것도 어렵다.
도훈이는 다문화 가정인 하루와 가깝게 지내는데, 둘은 다문화가정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 도훈이는 코로나19로 학교를 가지 않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나은 듯하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도훈이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담임선생님으로 인해서 점차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도훈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직은 어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추궁과 삿대질이 아닌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차츰 부모의 손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들, 그들이 대면할 세상이 조금은 따뜻한 빛깔로 다가오길 바라본다.
곧 마스크 없이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며 웃을 수 있기를.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