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각사각 그림책 27
크리스 호튼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가족은 생일이 연초에 몰려있다.

딸의 생일이 1월이라면 엄마인 내 생일은 2, 아빠 생일은 3월이다.

더군다나 딸과 나의 생일은 3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요즘 누나와 엄마의 생일파티를 보면서 둘째가 뿔이 났다.

'도대체 내 생일은 언제 와?'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둘째 생일은 6월이다. 되려면 아직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판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지나 봄, 그리고 여름이 오면 오게 될 생일.

그런데도 막무가내이다.

'내가 유치원에 갔다가 오면 케이크하고 공룡 선물 준비해놓아야 해.'

신신당부를 하고 유치원에 갔다. 그런데 오늘 그런 둘째에게 선물 같은 책이 도착했다.

바로 '어쩌면...'이라는 책이다.

표지를 보면 세 마리의 원숭이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가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쩌면...'이야기는 시작된다.

 

결국 직접 해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법이다.’ 책 첫 장 왼쪽 상단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 적혀있다. 이것이 작가가 이 그림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터이다. 책은 호기심이 충만한 꼬마 원숭이들의 요절복통 도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이렇듯 <어쩌면...> 이 책은 직접 부딪히며 세상을 배우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위한 성장 그림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하고 싶은 거 많고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기어이 해내려 하는 호기심 충만한 아들을 위한 딱 좋은 책이다.

 

아빠 원숭이가 어린 세 원숭이에게 말한다.

얘들아, 내가 없는 사이에 망고나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거라. 거긴 무서운 호랑이들이 어슬렁댈지도 모르니

그렇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

세 마리 원숭이들은 아쉬워한다. 그러면서 '있잖아...... 어쩌면'이라고 말하며 호기심을 엿보인다.

그러면서 '괜찮을 거야'라며 합리화를 시킨다.

 

책을 읽으면서 여섯 살 아들은 '안돼, 그러면 안 돼'를 연발했다.

"먹고 싶으면 마트 가서 사 먹어야지."라고 말하는 아들.

"얘네들은 원숭이라서 마트에 못 가지."라며 현실적으로 대답하는 엄마다.

 

결국 원숭이들은 아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맛 좋은 망고를 먹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인다.

그러자 자신의 두 눈을 감아버리는 아들.

엄마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은 숨은 호랑이 모습을 잘도 찾아낸다.

과감하게 움직인 덕분에 맛 좋은 망고를 획득한 원숭이들.

그럼에도 아들은 혼자 안절부절못해한다. '안 돼. 안 돼'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기는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거 다 하면서'라고 말해주려다 참았다.

맛 좋은 망고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원숭이들.

"원숭이들아, 그렇게 망고만 먹을 때가 아니야!"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자신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호랑이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순진한 녀석들.

 

호랑이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감쪽같이 모른 채 조금 더 과감하게 행동한다.

한번 맛본 망고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망고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호랑이와 맞닥뜨린 세 원숭이!!!

과연 원숭이들은 호랑이들을 피해 안전할 수 있을까?

 

그림책 '어쩌면...'에서는 하지 말라고 해도 꼭 해보고야 마는 꼬마 원숭이 세 마리가 나온다. 꼬마 원숭이들의 모습이 호기심 충만한 채 과감하게 몸을 날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았다. 그런 원숭이들의 모습에 우리 집 꼬마 역시 공감을 하면서 걱정 또한 늘어놓는다. 더불어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에게는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그림책은 길지 않은 글밥임에도 그림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있다. 선명한 색감에 그림을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이렇듯 그림책이 전해주는 상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아이들은 직접 부딪히며 세상을 배운다. 겪어봐야 아픈 줄도 알고, 겪어봐야 위험한 줄도 안다.

엄마가 마시고 있는 커피 맛이 궁금해서 먹고 싶어 하는 아이의 입에 손가락으로 찍은 커피 방울을 입에 넣어줘보았다.

', 이런 거 왜 먹어?'라며 인상을 찌푸린 후로 다시는 커피를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같은 예로 포도주스처럼 생긴 와인을 보고 과감하게 입에 대었다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놀고 나서 정리하라고 엄마가 백번 말하는 것보다,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피규어 하나에 발바닥을 다쳐봐야 정리의 필요성이 금세 몸으로 다가온다.

밖에서 킥보드를 신나게 타고 가다가 고르지 못한 땅에서 넘어지니 '앞으로는 이런 구간에서는 조심해야겠다'라며 스스로 깨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스스로 해보고 배워나간다. 옆에서 쫓아다니며 '조심해', '위험해'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내려놓음'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이겠는가. 이제 제 나이에 맞게 대우해 줘야겠다. 여섯 살이면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당도서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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