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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듯, 이 세상을 하직할 때도 그 시기가 언제가 좋겠는지 정할 수는 없다. 삶과 죽음은 연장선상에 있고, 누구도 그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 끝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지대하다.
웰다잉은 정신이 온전한 사고가 가능할 때, 자신의 죽음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생각해 보고 조금 더 나은 죽음을 예견해보는 것이다. 웰다잉하고자 하나 버킷리스트 작성에만 멈춘 그대여, 여기 우리들에게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에 주목해보자. 내가 아프지 않고, 일그러진 모습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떠나려면 계획이 필요하니 말이다.

괜찮은 죽음을 위한 금쪽같은 솔루션 네 가지
오늘날 우리는 첨단 의료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기보다는 죽음 자체를 뒤로 미루게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중략) 우리는 진통제와 깨끗한 침대 그 이상을 원한다.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p.20)
이 책의 목적은 육체적으로 취약해지는 첫 조짐이 감지되는 순간부터,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삶의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데 있다. 몸과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그 마지막 순간에 의료기술로 명을 연장한다 한들 삶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우리들에게 제안한다. 우리 개개인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부터 최대한 실천하고 의료계는 최소한만 이용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현재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도 1위이고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도 OECD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명실상부 병원 이용률 1위 국가인 셈이다. 어떻게 하면 의료계를 최소한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방법은 별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의 저자 케이티 버틀러는 가장 먼저 매일 30분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폐활량 증가로 뇌에 도달하는 산소량이 많아져서 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기관인 해마의 크기를 확장시킬 수 있다. 따라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 건강에 지대한 이득을 가져오고 즉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자신의 현재 식단을 점검해 봐야 한다. 현재 섭취하는 붉은 살코기류, 당류, 가공식품 등을 줄이고, 자연식으로 식단을 꾸리면 좋다는 것이다. 샐러드 양을 넉넉하게 먹고 채소와 콩을 많이 섭취할수록 몸은 더욱 가뿐해진다.
그리고 중요한 사항이 바로 예방을 위한 아군을 찾는 것이다.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신의 쇠퇴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1차 병원, 즉 가까운 동네 병원 의사를 찾는 일이다. (중략) 향후 최소 10년 이상의 수명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필요한 일이다.(P. 46)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사항이 이것이다. 개개인에게 맞는 의료적 케어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설 좋고, 성능 좋은 의료장비가 있고, 유능한 의사를 말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의료적 케어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한 전문의를 찾아가 새로 진단을 받는 것에서 더 소박하고 실용적인, 흔히 건강 돌봄의 보조적인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그리고 작업치료사에게 눈을 돌려보자.(중략) 이들의 목표는 당신이 마라톤을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삶에서 기쁨을 느끼는 일들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들의 일이다.(P.105)
마지막으로 외로움은 건강의 위험 요소이므로 의식적으로라도 더 젊은 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라는 것이다. 생애 후반기일수록 상호의존성이 필요하다. 유사시에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은 어쩌면 먼 가족이 아닌 가까운 이웃이 될 것이기에 상호 교류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것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매일 30분 걷기
두 번째, 식단 점검하기
세 번째, 예방을 이한 아군 찾기
네 번째, 상호의존성을 지니고 젊은 층과 교류하기
부가적으로 만약 몸이 많이 쇠약해졌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으며 의지와 달리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상생활의 위험 요소 제거하라는 것이다.
당신의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저렴하고도 쉬운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낙상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당신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위험해 보이는 부분을 삶에서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P.112)
나이 든 신체는 체온 조절이 쉽지 않고 탈수와 체온 과열은 어지럼증을 유발해서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시로 물을 마시고 목에 젖은 수건을 둘러 체온을 낮추자.(P.113)
더 괜찮은 죽음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필요서류 두 가지
다음의 두 가지 서류는 당신 또는 당신을 대신할 이들이 자신 있게 당신의 의사를 표명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첫 번째는 의료 대리인 지정 제도이다.
두 번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다.
직접 의사 표현을 못 할 경우에 대비해 대신해 줄 누군가를 지정해두어야 한다. 만약 죽음에 임박해있거나 혼수상태일 경우 후속 처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 국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74만 명 시대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중의 70퍼센트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한 번쯤 이에 대하여 가족들과의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죽음에서 인간성을 너무도 빼앗아가는, 원치 않는 의료적 처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없다.(P.54)
책은 웰다잉을 준비하는 자들이나, 현재 인생의 후반전으로 가는 이들,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보면 좋을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인물은 저자가 허락을 구하고 이름과 상황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한 실제 사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성별과 병명 등 익명성을 위해 꾸며진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이기에, 그만큼 생생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서비스 접근법을 살펴보고 조명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일 것이라고 이 책을 번역한 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니 괜찮은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이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서_
내 나이 10대 20대 때에는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쪼여오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했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잡념이라 여기며 떨쳐내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젊음에 충만해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이제 곧 마흔을 앞둔 서른 후반의 이 지점에 서있는 나에게 죽음은 더 이상 내 마음을 조여오거나 하는 두려움은 사라진 상태이다. 삶도 죽음도 세상의 이치임을 이제서야 조금은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내가 인생 후반에 서 있을 때, 살아온 날을 후회하거나 미련 따위는 가지는 법이 없도록 내 삶을 풍요롭게 가꿔야겠다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임을 믿는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