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김현미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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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꽤나 오래 대놓고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표출해온 나. 그렇다고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무엇이냐고 묻거나,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다.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하나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게 된 사조에 대해 삶으로 얘기하는 법을 나는 오랫동안 몰랐다.
이 책에서는 라이프스타일로의 페미니즘을 정의한다. 그러기 위해 굉장히 여러 페이지에 걸쳐 노동에 대해 말한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노동적인 배경과 현실을 정리한다.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는 것을 달리 말하면 '돈을 벌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개 소시민... 인 내가 사회에 가장 크게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소비임을 믿고 있던 나에게 이 이야기들은 매우 타당하게 다가왔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사회가 주는 여러 불안감과 자아를 분리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여성으로의 삶은 여러 불안을 압박받는다. 결혼 출산 육아는 이미 하나의 단어처럼 몰려다닌다. 앞에 있는 자매와 뒤에 올 자매를 위해 '성공한 여성'이 될 것 또한 새로운 부담이 된다. 많은 체크리스트를 지니고 사는 만큼 쉬운 실패와 좌절이 옆자리에 앉아있다. 책은 말한다. 불안과 자신을 분리하고, 오롯한 일에 집중하라고.
페미니즘이 크게 부흥하면서 페미코인이라는 말이 생겼다. 처음에는 수요가 있으니 수입이 발생하고, 이게 여성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 틈을 노려 이름만 페미니즘을 내세운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허나 우리의 돈은 우리의 노동만큼 소중하다. 굿즈와 펀딩 후원으로만 사회운동이 전개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지나친 소비 중심의 활동 전개는 또 다른 불안의 증거다. 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명백하게 내세우기 위해 서슴없이 돈을 쓴다. 나는 이 돈 끝에 직접적으로 내 삶에 필요한 물건과 직접적으로 당신을 돕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더이상 벳지나 스티커를 사고 파는 유행이 없었으면 좋겠다.
처음 부분에 말했듯 꽤나 오랜시간 대놓고 페미니즘에 대해 떠들어온 나에게 꽤나 많은 친구들이 물었다. 탈코를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 완전히 탈코를 못했어. 마음이 안 좋아.라고. (나는 탈코를 하지 않았다.) 꾸밈노동에서 벗어나고 강요받은 옷차림과 불편함을 내려놓는 건 환영받을 일이지만 소위 페미니즘판에서 탈코로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일은 소리 소문 없이 존재해왔다. 아직 이 고민에 아직도 서있을 누군가들을 위해 책의 한 구절을 남기고 서평을 마친다. 모든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이 또다른 두려움을 가진 철칙이 아니라 즐거움의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한데 탈코 운동마저 때로는 여성의 몸이 다 다르고, 몸과 관련해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여성에게 탈코르셋의 방식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 재미없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기 통제, 금욕, 조절, 희생을 강요받아온 여성들이 즐거움, 쾌락, 행복, 개인화를 선택하겠다고 할 때, 그것의 표현 방식은 창의적이고 다양할 것입니다.(252~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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