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은 단편집이다. 현실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몽롱한 감각을 놓치 않는. 그래서 소설이 된 일상들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같은 지점에서 피어오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문장을 길게 늘어뜨려 우리를 본인의 '딴생각'으로 초대한다. '딴생각'을 통해 순간의 생각을 나열하기도 하고 여러 장면을 집약시키기도 한다.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 이 순간으로만 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조차 지금 이 순간으로만 되어있지가 않다. 하나의 시간에 서서 모르는 과거를 더듬거나 아는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내가 될 수 있었을 법한 또다른 나를 상상하기도 한다. (여기서 모르는 과거란 소설에 많이 나오는 상황으로 내가 남에게 들은 다른 이의 과거이다. 내가 없던 그곳의 과거.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빈공간이 있다. 이후에 그 공간을 더듬으며 또다른 빈공간이 만들어진다. 박솔뫼의 세계에는 그 공간들로만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의 나와 소통하며 소설은 나아간다. 작가는 인물들의 대화 속에도 딴생각을 삽입한다. 우리가 대화 할 때 으레 그러하듯이. 이 과정을 읽는 것이 꽤나 비현실적인데, 우리가 교육받은 세상에서의 소설은 이렇게 쓰면 안되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주 현실적인 이 흐름은 비현실적인 혹은 특별한 소설의 증거가 된다.일상의 감각을 아주 길게 늘려본다. 그럼 이건 비일상이 된다. 그걸 다시 끝과 끝에 맞춰 붙이면 일상이 된다. 동시에 비일상이 된다. <우리의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세계와 소설을 복기한다. 내가 없던 과거를 나의 과거로 추억하고 내가 없는 세계를 구성해 그 안의 나를 삽입한다. 우리가 삶에 갑자기 떨어저 살아가듯이. 그 삶에서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지나치듯이. 동시에 계속 궁금해하듯이.※창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