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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와 연인
김영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평점 :
이 책은 [동무와연인]이라는 동일 제목 아래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더 마음에 든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 프로이트와 융, 살로메와 니체, 쇼펜하우어와 그의 어머니, 졸라와 드레퓌스, 윤심덕과 김우진, 이덕무와 박제가 ...이외에도 14편의 동무와 연인이 등장한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에서 천재적인 사람들의 동무와 연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각의 짝들은 색깔이 약간씩 다르다. 어떤 짝은 연인이고 어떤 짝은 학문으로 맺어진 동무관계이고 어떤 짝은 증오하는 관계이다. 이들이 같은 제목 아래 묶일 수 있었던 것은 '말'을 매개로 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유부남과 아리따운 여제자의 사랑, 동성애, 항상 삼각관계속에 존재하는 사랑 등의 금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또는 그녀만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거나 그, 또는 그녀의 '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지한 보통사람이 대부분인 사회에서 언제나 고독할 수밖에 없는 천재가 자신의 철학과 학문을 이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을 능가하는 명민한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누구든 그에게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때로는 천재들의 저작들보다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그들과 더 가깝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동행을 만드는가? 혼자서는 소리를 못내고 남자 천재들 옆에서 이름을 날리는 그 훌륭한 여자 천재들은 '시대와의 불화'를 어떻게 견뎠을까? 또는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