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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평점 :
배우 라미란을 볼 때마다 그 생김이 비슷하여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 만난 그 친구는 성인이 되고 내가 해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페북이나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가 없던 시절이기에, 그 당시 성행하던 싸이월드는 사라졌고, 안부는 궁금하지만 닿을 방법을 아직 못 찾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와 주말이 되면 집 앞에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멀리, 그 다음 주는 더 멀리, 그 그 다음 주는 더, 더, 멀리 가곤 했다. 핸드폰도 네비도 없던 시절인데 지금 생각하면 용기가 대단하다. 돌아올 때에는 내렸던 곳에서 타고 집 앞에서 내리면 되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고, 다른 동네에는 누가 어떻게 뭐하고 살고 있는 지가 우리는 더 궁금했다.
지금처럼 다른 동네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 지, 핫한 카페는 어디에 있는 지, 목적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우리는 더 궁금했고 더 즐거웠고 더 새로웠다.
분명 우리는 첨단 기술로 더 편리해졌지만 너무 빨리 다가올 일을 혹은 모르는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나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일인 것 같다.
조금은 느렸지만 과정은 더 길었던 그 시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들, 두고 온 것들, 유실물은 뭐가 있는 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