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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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기반 의학이란 무엇인가-
증거기반 의학:환자에게 시행되는 것은 무엇이든 통계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개념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무엇에 근거해 왔는가? 경험? 습관? 직감? 아니면 전통적으로 의학은 ‘증거기반’이 아니라 ‘명성기반’인, 그러니까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명성 및 제도적 위치에 기초한 것이었나?’
그간 몇몇 의료 전문가들이 내게 강요했던 검사의 대부분은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유방 조영 검사를 예로 들어 보자. 수전 코멘 재단(1982년 설립된 미국 최대의 유방암 관련 비영리 단체)같은 유명 유방암 단체들이 끊임없이 주장해 온 일반적 통념에 따르면, 연례 유방 조영 검사를 통한 유방암 조기 발견이 발병 후 5년 생존율을 급격히 높여 준다. 하지만 대규모로 반복해서 이루어진 국제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건강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여성이라면 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유방 조영 검사에서 발견된 작은 점은 본격적인 암으로 발전되지 않을 공산도 컸다. 검진에서 발견돼 의사들이 치료하고 있는 것은 종종 진행이 아주 느리거나 비활성 상태인 종양이었고, 어떤 것은 ‘유관상피내암’처럼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는 비침윤성 질환이었다. (유관상피내암은 종양세포가 유관 내부에만 존재한 채 퍼지지 않는 것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치료율이 높다)암이 아니거나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을 지나치긴 하지만 권장할 만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이나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또한 충격적이게도 유방 조직 검사는 그 자체로 암 발병의 위험 요인이며, 주변조직에 암세포의 ‘씨’를 뿌릴 수도 있다.
PSA 혈액 검사 및 직장 수지 검사(직장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 보며 병소를 확인하는 검사)로 이뤄지는 전립선암 검진에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유방 조영 검사와 마찬가지로, 통계 조사 결과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되어 온 PSA 검사 덕분에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과잉 진단 및 치료(요실금, 발기부전,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에 드는 비용은 매우 비싸다. 2011년 USPSTF는 남성들이 더 이상 PSA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이로부터 2년 후 미국비뇨기과협회는 마지못해 PSA검사 대상자를 55-69세 남성으로 제한했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폴립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검사에 드는 비용은 무려 1만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훨씬 싸고 고통도 없는 비침습적 검사인 분변잠혈 검사(대장암 검진을 위해 실시하는 대변 속 잠재 혈액 검사)보다 더 정확한 것도 아니라고 밝혀졌다.
암 검진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종양은 살아 있는 생물 같은 것이어서 조그맣다가도 크게 자랄 수 있고, 양성에서 언제든 악성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 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크기 및 다른 부위로 전이된 증거 여부에 따라 0기에서 4기까지 종양의 ‘병기를 설정’하는 걸 중시한다. 그렇지만 크기는 위험도를 알려 주는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다. 작은 종양이 매우 공격적일 수 있는 것처럼, 큰 종양의 진행이 무척 더딜 수도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은 종양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립선암 관련 치료를 받는 66세 이상 남성 중 거의 절반은 실제로 그 암에 걸릴 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그들은 죽기 전까지 내내 치료의 역효과로 인해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p.58-60

<건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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