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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이란 무엇인가 ㅣ 개념어총서 WHAT 1
채운 지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채운의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읽고있다.
전체적으로 알기 쉽게 잘 쓰여진 것으로 보이나, 내용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또한 현실에 빗대어 설명할 때, 필자가 어의를 엄밀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심지어는 개념을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리프젠테이션(의 사고방식)은 - 현존하는 세계를 부정한다. 버젓이 목전에 현현하는 사건을 보면서 뒤에 도사린 원본을 찾거나"
이 부분에서 필자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배후세력을 찾으려 했던 사건을 '배후세력'인 '원본' 을 추적하는 행위로서 비판하고 있는데, 이것은 재현/원본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다. 이 사건을 재현/원본의 논리로 비판하려면 집회와 배후세력이 필요불가분관계라는 하나의 통념, 즉 '원본'을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버리지 못했음을 지적해야 한다.
"리프젠테이션(의 사고방식)은 -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난 것을 가지고 드러나지 않은 전부를 파악하려 한다."
이 말은 미시사 - 승자 위주의 역사 기술방식에서 벗어나 평범한 개인, 개인사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을 근거로 당 시대의 역사를 분석하는 반 권력적인 역사서술방식 - 를 옹호하는 모든 이들을 분노케 할 부분이다. 이러한 논리를 현실에 적용하면, 대선 출구조사는 있을 수 없고, 의사는 배를 갈라야만 맹장염임을 알 수 있으며, 건물의 실금은 붕괴의 조짐으로 파악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상대의 눈을 보고 사랑을 느끼는 것도 모두 잘못된 행동인 것이다.
사건,징후/원인 그리고 재현/원본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