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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유디트 얀베르크.엘리자베트 데사이 지음, 조선희 옮김 / 지향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나이 사십을 넘기니 삶이 참 단조롭다.
근데 나는 마음이 마르는 것 같았다.
대학 때 이 책을 처음 보았다.
내 기억엔 하얀 표지에 적힌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경험담과 날카로운 해부, 용감함에 매료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난 작아졌다.
나도 그녀처럼 남자들의 고정관념, 관습, 가부장적인 태도에 치를 떤다.
하지만 난 그녀와 많이 달랐다.
그녀와 비해 덜 용감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소리를 적게 내고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비겁함은 또 하나의 열등감이 되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지 스무해가 지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뽑으며 망설였다.
아내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여길 남편이
이 책 제목을 보고 '도대체 뭐가 불만이고?'
한심한 듯 뭐라고 할까봐 망설였다.
그런 내 모습에 조금 슬펐다.
집안에서 내가 읽을 책을 내가 검열하다니...
그래도 책을 빌려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녀의 책을 읽으니 이제 마음이 편하다.
열등감이 가신다.
그녀는 그녀답게 삶을 개척해나갔고 나는 나대로 이 삶을 살아가면 된다.
모두 투사가 될 수는 없다.
나답게 지금의 생활을 직시하고 모지라면 모지란대로 수정하며 살아가면 될 것이다.
난 남편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는 외아들에 장남으로 주어진 사고 방식으로 살지만 그 나름대로 삶의 굴레에서 힘들어한다.
그리고 유디트의 남편처럼 오만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다.
실수하지만 반성하고 노력하며 작은 것에도 감사한다.
함께 노력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다시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남편, 생활에 대해 생각했다.
난 용감하진 않지만 지겨운 일상생활을 참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대화도 많이 한다.
그는 내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내게서 힘을 얻어 다음날 또 새벽에 직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내 일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돕기도 한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친절하고,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속상해서 울면 완전히 내 편이 되어준다.
이런 것들을 돌이켜보니
그녀에게 가졌던 열등감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