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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 불안과 결핍을 성장과 치유로 바꾸는 엄마의 마음멘토링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14년 3월
평점 :
나는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나는 정말로 아이들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믿었다. 어릴때도 자주 했던 생각이었다. '나는 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이렇게 해 주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도 많았다. '어른들은 왜 자신들도 똑같은 유년시절을 거쳤으면서도 아이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걸까?' 하고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했었다.
부모님은 많이 바쁘셨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한 불만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원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쭉 부모님께서 직장일로 바쁘셨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일인지도 아예 몰랐던 것 같다. 어떤 결핍을 느끼는 것도 나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부모님께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그런 마음을 지웠던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점점 자라면서는 부모님에 대한 좋았던 점만 마음에 남았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처럼 내 아이에게 잘해야지 하는 마음을 키웠다.
당연히 나 또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결혼자체 보다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꿈 꿀 정도였었다.
그랬는데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좋은 엄마는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었고 노력해도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나마 아이가 하나일땐 그럭저럭 남편과 도와가며 해 나갈 수 있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는 좋은 엄마는 커녕 그냥 '엄마' 노릇도 너무나 힘에 부쳤다.
체력도 안되고 힘이 드니 마음에 여유도 없고 아이들 하는 행동 하나하나 살피며 그 안에 숨은 아이의 마음까지 봐 주는 건 더 어려웠다.
너무나 어린 아이에게 야단을 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대체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이지? 이 어린 아이에게 내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지? 하고 극심하게 반성하며, 자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리고는 늘 결심을 굳게 했다. '일어나면 기분좋게 잘 해 줘야지...' 하지만 다음날이 되고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또 나는 그 전날과 똑같은 엄마로 되돌아 가 있곤 했다. 도로 언성도 높이고 야단도 치고. 오히려 그 강도는 점점 더 거세어 지기만 했다. 곁에서 보는 가족들이 "너 너무너무 심하다." 하고 진지하게 조언을 해 주거나 나를 나무랄 만큼 심해져갔다. 어린 아이에게 내 스트레스를 다 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때마다 나또한 괴로웠고 미안했고 나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미안해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 노력해보고 ...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화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곤 했다. 나중엔 내게 무슨 병이 있는 거 아닐까 의심까지 될 지경이 됐다. 약자라고 함부로 대하는 마음이 내 본성 중에 있었나 보다며 괴로워 하기도 하고 정신과라도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해 봤다.
그러다 어디선가 아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엄마가 미안해 하면서도 자꾸만 화 내기를 반복하는 이런 모습이 너무나 나쁘다는 것을 읽었다. 하기사 당연한 말 아니던가... 가장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이랬다 저랬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니 좋을리가 없지.
엄마의 올바른 양육, 일관성 있는 태도가 다른 누구보다 중요한 이유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며 가장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데 나는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면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얼마나 반성과 후회가 밀려왔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이는 말과 행동을 통해 '혹시 나 땜에..?'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지금이라도 그 전의 잘못을 상쇄할 만큼 잘해서 만회해 보자는 심정도 있었고 요즘은 노력도 많이 하는데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나 어릴적 모습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때 그랬었지. 나는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 마음 잘 헤아려 주는 어른이 될 거라고... 그제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그냥 엄마가 혹은 아빠가 내 마음을 오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알아주기만 해도 좋았다는 것이 기억났다. '왜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마음을 읽어줄 마음이 없었다기 보다는 어느새 나도 바로 그 '어른'이라는 게 되면서 아이들 마음을 읽는 법을 잊어버렸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을 덜컹 내려앉게 했다. 정말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한 이 챗바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읽었다. 물론 나는 어느새 아이들이 제법 자라 예전처럼 마냥 화내고 야단치는 일상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예전과 다르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기 보다는 평화로운 현상 유지를 위한 타협을 해 나가고 있을 뿐이며 그것도 아이들이 비교적 순하고 어려서 가능한거지 아이들이 자라고 내가 계속 변하지 않고 이대로라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도 여기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설사 잊었다 하더라도 혹 내가 그 아이들이 어렸을 때 주었던 상처가 마음 속 어딘가에 응어리져서 남아 있다면 그것도 깨끗이 해소해 주고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담아 가며 이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다치면 부모는 그 상처에 약도 발라주고 낫게 해 주려고 애를 쓰는데 정작 아이 마음에 난 상처를 잘 못 보거나 심지어 그 상처를 자주 내는 장본인이 엄마 본인일때가 많다는 말을 읽으며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놀이치료를 하게 되면 전문상담가가 하는 건 왜 치료가 되고 엄마가 놀아주는 건 놀이일 뿐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고 있어서 그 차이를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어떻게 치료와 치유를 엄마가 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실제적 조언들, 대화법, 방법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전문가를 찾아가면 일주일에 한번, 몇십분을 할애하여 치료받을 수 있지만 엄마가 하면 그걸 매일 혹은 최소한 일주일에 몇차례씩 해 줄 수 있으므로 아이와 가장 가깝고 아이에게 가장 잘해주길 원하는 엄마가 그것을 해 줄 수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 몰라서 못했던 게 많았음을 인정한다.
알면서 아이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려던 게 아니었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릇된 생각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대화하며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읽었다. 이젠 이게 습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까지는 나도 또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걸리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아이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며 마음에 상처주지 않고 치유를 주고자 하는 게 다름 아닌 엄마이기 때문에.
하루 30분, 자존감 높고 행복감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안내서가 이 책이다. 최고의 치료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이며 그 방법들을 전문상담가의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건지, 마음 속 진심은 무엇인지 등을 여러 유형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여러유형이란 미술놀이, 독서, 글쓰기, 대화법, 게임 등이다. 아이와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늘 하는 이 행위들을 통해 이제는 아이의 진짜 마음을 읽고 헤아리고 이해하며 아이 마음에 치유까지 해 줄 수 있는 갖가지 제안들이 담겨 있는 책.
읽어가며 또한가지 느낀 것은 나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 것. 내가 어서 엄마가 되고 싶었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며 했던 여러가지 이상적인 생각들은 사실은 우리 엄마가 내게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품었던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내게 더없이 잘 해 주셨지만 나는 나대로 또 바랬던 또 다른 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부모님도 이해하고 나 자신도 들여다 보고 아이들 마음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바라보는 눈빛과 대화법이 달라지도록 도와 주는 이 책을 많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