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잘 지내는 법 - 불안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강력한 자극이다
크리스 코트먼 외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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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의 신경기관은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한다."(p.59) 과도한 불안 속에서 압도당한 채 살아가는 나에게 일상은 사사건건 걱정거리이고 그래서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실제로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느끼는 불안만큼 무서운 일만 벌어지는 일상이 아닌데도 나는 불안한 현실과 내가 걱정하며 상상하다 더 키운 불안으로 종종 두통과 소화불량 배탈을 앓는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은 전적으로 자의적이다"(p.57) "네 생각에 일일이 귀 기울이지 마라"(p.73)와 같이 공동 저자 세 명이 정리한 불안에 관한 것 외에도 내게 필요하고 내가 염두에 두고 생활하면 좋을 것 같은 조언이 많아 메모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뜻밖에 무척 재밌었다.

2005년 여름 시카고에 도착했던 날, 도착과 동시에 짐을 풀기도 전에 학교 관계자로부터 두어시간 동안 내내 들은 얘기는 ​"우리가 살게 될 곳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시장보러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내리다 총에 맞았다거나, 길을 걸어다니다 총에 맞았다거나, 은행에 다녀오는 길에 총에 맞았다거나, 주유를 하러 내렸다가 변을 당했다거나, 학교 안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총에 맞았다거나, 공원에 앉아 있다가 벽돌에 머리를 맞아 죽었다거나 하는 무수한 사례들을 줄줄 나열하며 우리에게 열쇠와 호루라기가 연결된 목걸이를 나눠 주었다. 목에 걸고 다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힘껏 불라며. 그 뿐이 아니었다. 길을 걷다보면 직사각형 모양의 기다란 하얀색 부스가 곳곳에 있는데 거기에 버튼이 있다고 했다. 전화도 있었던가? 암튼 누군가가 위협하거나 쫓아오는 걸 느낄 땐 그 버튼을 누르고 빠르게 도망을 가라고 했다. 그 버튼만 누르면 주변에 있는 경찰들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가게 되어 있어서 그 주변 순찰차들이 몇 분 이내에 그곳으로 몰려들거라고.

그때만해도 나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뭐 그렇게나 위험하겠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유모차에 아이를 앉히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인도가 차도만큼 넓은데 걷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다람쥐와 토끼가 나와서 놀고 있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평화로웠고 가끔 사슴도 있었고 아름드리 나무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총 맞아 죽을까봐 아무도 나오지 못하고 살다니 너무 불쌍해 '하고 생각하며 다녔다. 간간이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를 끌고 나와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 개들이 심상찮았다. 애완견이라기엔 하나같이 맹견이었던 것이다. 일어서면 키가 나보다도 클 그런 덩치의 사나운 개들. '저렇게 무서운 개를 예쁘다고 키우는 건가?' 처음엔 멋모르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개들은 그 주인들이 총 대신 데리고 다닌 이를테면 호신견이었다는 사실을. 여하튼 그렇게나 위험하다는데 그리고 실제로 밤에 뉴스를 켜면 그날 총맞은 사람들의 소식이 계속 나오는 그런 곳이었지만 나는 거기서 살던 5년 반 동안 무사히 아무일 없이 잘 살다 왔다. 그러나 불안이 학습되었는지 나는 언제나 "조심해"를 달고 사는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어린 아이 셋을 키워야 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불안증은 이렇게 주로 안전에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룬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최악의 상황을 너무나 현실처럼 인식하는 것이 문제인데 그건 잘 해결이 되지 않았다.

친구도 못믿고, 친구 아빠도 못 믿고, 아빠 친구도 못 믿고, 심지어 아빠도 못 믿고, 낯선 사람은 위험하고, 낯익은 사람도 위험하고, 새엄마도 위험하고, 친엄마도 위험하고​... 이런 세상에서 배를 타도 무섭고, 비행기를 타도 무섭고, 차를 타도 무섭고, 길을 걷는 것도 무섭고, 세상 무서운 것 천지인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 불안은 내 삶을 제한한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과도한 불안 속에 있다는 걸 잘 몰랐다. 세상이 험하므로 누구나 나처럼 여기면서도 극복하고 사는 줄 알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과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 불안을 성장으로 바꾸어가야 할 필요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위협이 되는 어떤 자극(들)이 없으면 우리는 성장하지 못한다."(p.44) "성장은 시련을 성공적으로 이겨냈을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시련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 따라서 불안은 성장의 필수 요소다."(p.44)

크리스 코트먼, 해롤드 시니츠키, 로리-앤 오코너 이 세 명의 심리학자가 오랜 임상심리를 통해 연구한 사례와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적어낸 책이다. 불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불안이 삶을 어떻게 자극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그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걱정, 두려움, 초조함, 공황, 강박증,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불안은 에너지이며 누구나 그 에너지를 성장 자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불안이라는 괴물은 내가 허락하는 것 이상의 이빨은 없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불안을 극복하는 법이나 떨치는 법이 아니라 불안과 잘 지내는 법인가 보다. 불안에 대처하는 21가지 기술과 전문가와 함께 하는 6가지 고급 기술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는데 이해하기 쉽고 따라하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므로 불안이 자신의 삶을 압도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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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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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안돼." "마음과 생각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생각은 어디에 있고 마음은 어디에 있지?"

"왜 생각이 복잡해지면 골치가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땐 가슴이 아픈 것 같지?" 나만 이런 생각을 해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이 감정사용설명서다.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바이러스로 학교는 장기휴업에 들어갔다. 겨울방학 84일째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창궐한데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처음에는 바이러스만 걱정이다가 휴업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교육 공백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을 사서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내가 알지만 그렇다고 걱정을 그만 둘 수도 없다.
수만 가지 걱정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다 보니 불안과 두려움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나를 위축시키고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은 정말로 나로 하여금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것을 겁내게 만들었고 실제로 밖으로 나가는 일을 최소화시키는 행동을 야기했다. ​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게 시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는 편이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저 앞으로 이렇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상상에 불과한 공포임에도 이미 일어난 일처럼 눈앞에 선명해서 ​두려움과 불안은 훨씬 커지는 것 같다.
몸은 여러 기관이 모여 하나를 이루고 있어서 ​어딘가 아픈 데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이곳저곳이 뒤따라 아프게 되곤 한다.
그런데 마음 역시 그 몸의 한 부분이라 그런지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거나 두려움이 생기거나 하면 곧장 몸에도 이상이 온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약해지는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때 몸에도 이상이 생기는지 어느 것이 선행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둘이 긴밀한 것이 분명하다.
​무슨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특히 긴장하고 그 긴장이 몸의 이상으로 곧장 나타나는 나에게는 감정사용설명서가 처방전처럼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이 책은 독일의 유명한 심리상담가 부부가 함께 쓴 책이라 한다. 출간 10주년 기념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으로 하드커버 양장 제본에다 가름끈도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는 특히 부정적 감정을 다르시는 치유의 심리학 책이라는 소개처럼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우울증, 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 부부는 감정의 주인이 나 자신이며 생각이 감정을 움직인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느끼기 마련이므로 그 생각을 바꾸어 감정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
그리고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는 상황과/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생각)에 관한 것/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과 신체반응, 행동/의 세 단계로 나누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처음에는 이 과정들이 낯설었고, 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나 생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평소 내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하던 생각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데다 생각을 바꾼다는 게 일단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옭아매던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저자 부부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수용하고 생각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해 보니 아직 몸의 변화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은 덜 불안하고 덜 무서워졌다.
이 책은 감정사용설명서라는 제목답게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대안과 직접 해 볼 수 있는 연습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 번 읽고 이론적으로 아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우리의 기분을 가라앉게 하는 부정적 생각들을 돌아보고, 자존감을 새롭게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내가 상상한 걱정과 분노와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연습을 함으로써 보다 건전하고 마음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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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바로 영어 독학 단어장 바로바로 독학 단어장
이민정.장현애 지음 / 탑메이드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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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방학해서 거의 석달째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집 어린이를 위해 나는 나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중에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못 나갔던 이유는 방학과 동시에 아이가 심하게 앓았고 아이가 나아갈 무렵부터는 내가 독감을 심하게 앓느라 아까운 방학을 다 써버린 탓이었다.

그러다 내 몸이 다 회복되기 전에 잠시 아이와 외출을 했었는데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것 외엔 그 날이 우리 아이에게는 이 겨울의 유일한 외출이 되다시피 되어버렸다.

개학하려던 찰나,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었고 우리동네에서는 초창기부터 확진자가 나와 가장 먼저 개학이 연기되었던 것이다.

금세 진정될 것을 기대했으나 이제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것도 끝은 있겠지.. 그러나 연기된 날짜에 개학이 가능할 지도 불투명해졌다.

그래서 우리집 어린이는 ​아프던 시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쉬었고, 다 나은 후에는 방학이니까 신 나게 놀았고, 개학이 연기된 후에는 얼떨결에 그간 미뤄두었던 방학숙제를 했고, 그리고 지금까지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지수가 상당히 높은 나는 아이를 그대로 팽개쳐 둘 수가 없어서 일단 지난 학년에 사놓은 (사놓기만 한) 자습서를 전부 다 공부하게 했다. 휴대폰 게임이나 하던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습서를 다 풀었다. 그 즈음 휴업이 길어지자 학교에서는 휴업 중 학습할 내용들을 보내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출력하여 다 해결했다. 그러고도 또 다시 시간이 남아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보라는 것들을 틈나는대로 보는 중이고 책도 읽고 다같이 보드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영어에 공백이 생겼다. 뭐 공백이라 부르니 이제까지 하던 것과 앞으로 하게 될 사이가 빈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그게 아니고 그냥 영어를 안하고 있는 상태인 것일 뿐.

영어로 된 그림책부터 읽어보라 했으나 단어를 찾느라 더 바쁘고 단어 찾느라 내용 따라갈 흥미를 잃고,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전부였던 아이에게는 영어를 무작정 혼자 하라는 건 역시 ​무리가 아니었겠는지... 그래서 영단어라도 좀 알게 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바로 영어 독학 단어장. 나는 특히 "독학"이라는 단어를 보면 크게 반응하는 편이다. 공부란 자고로 공들여 스스로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암튼 그래서 보게 됐는데 책표지가 알록 달록 예쁘다. 공부는 일단 시작하면 배움엔 끝이 없어서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책이 재미없으면 거부감부터 들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은 뭔가 ​부담이 없는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표지만 알록달록한 게 아니고 내용도 그림이 가득하다. 모든 단어에 그 단어를 표현하는 그림이 있다.

심지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에도 그림이 있다. 아주 직관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단어장이다. 펼치면 우리말 단어와 영단어가 있고 그 아래 한글로 발음을 적어놓았고 바로곁에는 그림이 딱 나와 있으니 한눈에 그 모든 게 들어오는 구조이다. 다만 우리말로 발음을 적어놓은 것이 내게는 아쉬운 점이었다. 발음기호가 있었더라면 처음엔 힘들어도 나중엔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러나 한글은 위대하여 ​영단어 발음을 모두 적어놓았더란.

책을 아이에게 주었더니 아이는 책을 아무데나 펼쳐들고 ​내게 퀴즈를 내듯이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엄마 쑥갓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 글쎄다 모르겠구나. 쑥갓이 영어로 뭐니? "크롸운 데이지래요, 엄만 몰랐어요?"​ 이런 식.

곁에 있던 아이의 누나와 형이 무슨 단어장인데 쑥갓이 나와? 라며 모여들었다. 한번씩 돌려가며 책을 구경했다.

이 책은 크게 일상생활단어, 여행단어, 비즈니스단어 세 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파트마다 세분화되어 일상생활단어편에서는 개인소개, 신체, 감정 행동표현, 교육, 계절/월/요일, 자연과 우주, 주거 관련, 음식, 쇼핑, 도시, 스포츠 여가.. 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을 수록했다. 한글 발음과 그림을 곁들여서.

간단한 기본 회화 표현을 수록해 놓기도 했고 관련 대화도 짤막하게나마 실려 있다.

책이 예쁘고 그림 덕분에 쉬워 보이는 효과가 있고 발음을 찾는 수고마저 덜어주므로 영어 단어를 처음 공부하는 초등학생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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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제거하는 비책 - 위대한 역사를 만든 권력 투쟁의 기술
마수취안 지음, 정주은 외 옮김 / 보누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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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이다. 아닌 사람도 있는 반면 매사에 정치적인 사람도 있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할 사회에 속해있지도 않아서 정적이랄 것이 없다. 그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제목이 어찌나 노골적이고 도발적인지, 흥미로웠다. 제거할 정적은 없지만 비책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았겠는지..

책은 무려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의 책이다.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 이렇게나 많아? 하며 읽다 말고 대체 이런 책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찾아보았더니 악명높은 측천무후 시절 그의 신하 내준신이 지은 나직경이라는 책을 중국의 고전 전문가인 마수취안이 우연히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마수취안은 이 책의 내용을 현대 감각에 맞게 풀이하고 새롭게 번역했으며 중국 고사를 덧붙여 책을 완성했다. 읽다 보니 뭐 하러 이런 책을 굳이 복원해서 새로 썼나 싶을 정도로 나직경이란 책은 좋은(?) 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걸 쓴 내준신이란 작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책의 구성은 이른바 비책이랄 수 있는 나직경의 원문,(한 문장 정도) 그에 대한 짧은 해설 그리고 중국 고사가 나온다. 하나의 비책에 나직경의 문장들을 인용하고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해 주며 그 비책마다 요점정리도 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다만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이 대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한번 읽어서는 그런 일이 있었대,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뭐 구태여 기억해둘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 사례들은 비책의 이해를 돕는 데에 유용한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그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지만. 재미와 별개로 끔찍하기도 했고...

권력과 그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상대를 철저하게 없애는 비책이 12가지로 설명되어 있다. 없애는 것이 목적이므로 방법은 잔인하고 비열하고 악하다. 그들은 대체 어떤 시대를 살았기에 한낱 권력을 잡고 유지해보겠다고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던 것인가.

그러나 문득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고 정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어쩜 하는 짓의 근본은 예나지금이나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름이 없는가.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을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추천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치가가 이 책대로 하면 난 지지를 철회할 것이지만 추천을 하는 이유는 이런 비책을 알고 대비하는데 쓰라는 뜻으로.. 그러니까 일종의 대비책으로 쓰라고 하고 싶었다는 것. 인간의 본성 바닥에 깔린 심리를 엿볼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여.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아닌 누구나가 읽어도 어떤 지혜(그런 걸 지혜라고 불러도 될까 싶지만)를 혹은 힌트 정도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비책을 소개해 보자면 권력을 다루는 법, 적을 제압하는 법, 전략을 세우는 법, 세력을 지키는 법, 자신을 보호하는 법, 간신을 찾아내는 법, 사람을 간파하는 법, 윗사람 섬기는 법, 아랫사람 다스리는 법, 심문하는 법, 적을 처벌하는 법, 상대를 죄로 엮는 법, 이렇게 12가지이다. 이 비책만 읽으면 별거 아닌데? 싶은데 그 법이 어떻게 생겼나 읽어보면 기가 막히다. 가령 사람을 간파하는 법은 이익을 좇는 인간의 본성을 잊지 마라,고 한다거나 상대를 죄로 엮는 법으로 증거가 없어도 다른 죄명이나 다른 사람의 악행으로 덮어씌운다 같은 것들이 있다.

p.172 겉으로는 상대방이 참아내기 어려울 만큼 칭송해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뒤로는 몰래 이익을 취하여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p.188 악에는 정해진 의견이 없으니 악을 악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선에는 정해진 평가가 없으니 선을 선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편안할 수 있다. (*두 문장 모두 자신을 보호하는 법 안에 소개된 문장들이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그때마다 놀라게 될 책.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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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인생학 특강 - 세계 최고 지성들을 울린 마지막 강의ㆍ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제임스 올워스.캐런 딜론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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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하버드', '인생학', '특강'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하버드' 때문에 읽지 말까하고 잠시 망설였다. 미안하지만 하버드 팔아서 책 파는 느낌이 강해서.. 하버드 들어간 책 치고 내용이 하버드랑 관련 있는 책이 거의 없어서 말이지. 그리고 인생학 특강이라니 또 일종의 자기계발서인가? 그럼 읽지 말까?

대략 이게 나의 의식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추천사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띠지도 그렇고 소개글도 그렇고 넘 화려한거다. 그래서 결국엔 읽지 말까를 고려하던 그런 것들이 이유가 되어 읽고 말았다.

책을 읽으며 경영학에 대해 문외한이던 나는, 아니 이야기 시작에 앞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창발적' 이나 '위생요인'이라는 단어를 남들은 알려나?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는 저런 단어를 처음 보았다. 따라서 잘 모르던 분야의 이야기와 잘 안쓰던 단어가 나오는 이 책이 처음에는 읽기 까다로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쓴 리뷰들을 살펴봤는데 다들 극찬 일색인거다. 아랍어 쓰는 사람, 일본어 쓰는 사람,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쓴 리뷰도 많았고. 뭐라고 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즉 나만 못알아 들었던 거.

이 책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였던 크리스텐슨 교수가 제자이자 동료인 제임스 올워스와 캐런 딜론의 도움을 받아 쓴 책이다.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이유는 그가 암투병을 하고 있었고 뇌졸중으로 어려운 중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종강일이면 그는 자신의 전공인 경영학과 인생을 접목하여 인생학 강의를 했다고 한다. 성공한 듯 보였던 삶들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조차, 불행을 피하지 못해 나중에는 흐트러지거나 잘못된 길로 가는 모습들을 보며 실로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했던가보다. 그리하여 종강수업에서 그는 그때까지 가르치고 함께 연구했던 이론들과 함께 세 가지 질문을 적었다고 한다. 1.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고 행복할까? 2. 배우자, 자식, 친척,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행복의 원천이 될까? 3. 나는 성실한 삶을 살고, 감옥에 갈 일이 없을까? 그가 던지는 이런 질문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세상 속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론은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게 해주는 것이며 이것은 ‘이론의 가치’이고 인간사의 근본적인 인과관계 메커니즘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연구되고 검증되어온 이론은 기업에서 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인생에 그 이론들을 대입시켜 설명해준다. 기업의 세계와 인생의 문제를 겹쳐 우리가 보다 다각도에서 인생을 보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점검하도록 도와준다. 책은 크게 3부로 되어 있고 그 안에서 9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를 바라면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경영 이론 몇 가지를 인생의 행복감과 성취감을 찾는 데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랄까.

그는 기업에게 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그리하여 이룬 성과가 어느정도인지를 평가하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그러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좋은 이론에 따라 전력을 다해 살고 난 후 가장 중요한 기준에 따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원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당신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며.

실은 이게 이 책의 원제목이기도 하다.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이 질문에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 답하려면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오랜세월 연구되고 검증되어 온 이론에 따라서, 하던 대로 하는 삶이 더 쉽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실험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해 가면서 말이다. 이는 이제는 고인이 된 크리스텐슨 교수의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p. 109 아이들의 관심은 항상 부모와 똑같지는 않으며 아이들은 부모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 주지도 않는다. 사정이 이렇기에 누구라도 모두에게 들어맞는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뜨거운 물이 당근을 부드럽게 하지만 계란은 단단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들과 아무 소용도 없는 많은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그 시간을 실패로 간주하기 매우 쉽다. 그래서는 안 된다. 사실 정반대이다. 창발적 전략과 의도적 전략에 대한 논의를 이해했다면 뭔가가 잘못됐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님을 알 것이다. 그보다는 효과가 없는 게 뭔지를 방금 배운 것뿐이다. 이제 다른 걸 시도해 보면 된다.

p.119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그늘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라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또한 나무가 그늘을 공금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랄 기회를 잡으려면 몇 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p.121 우리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들과 애정이 넘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적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결코 바라지 않았을 것 같은 인생 전략에 투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얄팍하게 알고 지내지만 누구와도 깊은 우정을 쌓지 못하고, 어떤 경우 여러 차례 이혼을 하고,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거나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양부모의 손에 양육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P.128 당신 인생에서 관계가 결실을 맺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필요를 느끼기 전에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P.169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아이가 가진 자원이다. 이 자원에는 아이가 받았거나 벌었던 경제적 물질적 자원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시간과 에너지 지식 재능 쌓아온 관계 그리고 과거로부터 배운 것 등도 포함된다. 아이의 능력을 결정하는 두 번째 요인은 프로세스다. 프로세스는 아이가 자원을 갖고서 자신을 위해 새로운 일을 성취하고 창조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기업 내붕서도 그렇듯이 프로세스는 비교적 무형적 성격을 띠지만 아이를 독특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프로세스에는 아이의 사고방식 아이가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타인과 합력하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 아이의 마지막 능력은 개인적 우선순위이다. 우선순위는 우리가 삶에서 정해 놓은 우선순위와 다르지 않다. ...우선순위는 아이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어떤 걸 뒤로 미룰지 그리고 어떤 걸 전혀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를 결정한다.

P.181 아이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칠 준비가 됐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배울 준비가 됐을 때 배울 것이다. 그들이 인생에서 도전을 겪을 때 같이 있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의 우선순위와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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