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제거하는 비책 - 위대한 역사를 만든 권력 투쟁의 기술
마수취안 지음, 정주은 외 옮김 / 보누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이다. 아닌 사람도 있는 반면 매사에 정치적인 사람도 있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할 사회에 속해있지도 않아서 정적이랄 것이 없다. 그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제목이 어찌나 노골적이고 도발적인지, 흥미로웠다. 제거할 정적은 없지만 비책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았겠는지..

책은 무려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의 책이다.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 이렇게나 많아? 하며 읽다 말고 대체 이런 책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찾아보았더니 악명높은 측천무후 시절 그의 신하 내준신이 지은 나직경이라는 책을 중국의 고전 전문가인 마수취안이 우연히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마수취안은 이 책의 내용을 현대 감각에 맞게 풀이하고 새롭게 번역했으며 중국 고사를 덧붙여 책을 완성했다. 읽다 보니 뭐 하러 이런 책을 굳이 복원해서 새로 썼나 싶을 정도로 나직경이란 책은 좋은(?) 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걸 쓴 내준신이란 작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책의 구성은 이른바 비책이랄 수 있는 나직경의 원문,(한 문장 정도) 그에 대한 짧은 해설 그리고 중국 고사가 나온다. 하나의 비책에 나직경의 문장들을 인용하고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해 주며 그 비책마다 요점정리도 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다만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이 대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한번 읽어서는 그런 일이 있었대,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뭐 구태여 기억해둘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 사례들은 비책의 이해를 돕는 데에 유용한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그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지만. 재미와 별개로 끔찍하기도 했고...

권력과 그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상대를 철저하게 없애는 비책이 12가지로 설명되어 있다. 없애는 것이 목적이므로 방법은 잔인하고 비열하고 악하다. 그들은 대체 어떤 시대를 살았기에 한낱 권력을 잡고 유지해보겠다고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던 것인가.

그러나 문득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고 정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어쩜 하는 짓의 근본은 예나지금이나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름이 없는가.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을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추천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치가가 이 책대로 하면 난 지지를 철회할 것이지만 추천을 하는 이유는 이런 비책을 알고 대비하는데 쓰라는 뜻으로.. 그러니까 일종의 대비책으로 쓰라고 하고 싶었다는 것. 인간의 본성 바닥에 깔린 심리를 엿볼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여.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아닌 누구나가 읽어도 어떤 지혜(그런 걸 지혜라고 불러도 될까 싶지만)를 혹은 힌트 정도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비책을 소개해 보자면 권력을 다루는 법, 적을 제압하는 법, 전략을 세우는 법, 세력을 지키는 법, 자신을 보호하는 법, 간신을 찾아내는 법, 사람을 간파하는 법, 윗사람 섬기는 법, 아랫사람 다스리는 법, 심문하는 법, 적을 처벌하는 법, 상대를 죄로 엮는 법, 이렇게 12가지이다. 이 비책만 읽으면 별거 아닌데? 싶은데 그 법이 어떻게 생겼나 읽어보면 기가 막히다. 가령 사람을 간파하는 법은 이익을 좇는 인간의 본성을 잊지 마라,고 한다거나 상대를 죄로 엮는 법으로 증거가 없어도 다른 죄명이나 다른 사람의 악행으로 덮어씌운다 같은 것들이 있다.

p.172 겉으로는 상대방이 참아내기 어려울 만큼 칭송해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뒤로는 몰래 이익을 취하여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p.188 악에는 정해진 의견이 없으니 악을 악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선에는 정해진 평가가 없으니 선을 선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편안할 수 있다. (*두 문장 모두 자신을 보호하는 법 안에 소개된 문장들이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그때마다 놀라게 될 책.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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