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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다니엘서 강해 - 오늘날 세상에서 신앙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3월
평점 :
성경 66권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서 구약은 크게 17권의 역사서, 5권의 시가서 그리고 17권의 선지서(예언서)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다니엘서는 17권의 선지서(예언서) 중의 하나로 분열 왕국과 바빌론 포로 시대의 대선지서 중 하나이다.
내용은 신 바빌론 제국의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2세) 왕에게 포로로 잡힌 유대인 청년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와 다니엘이 본 환상에 관한 기록이며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는 다니엘의 성장, 큰 신상 꿈, 풀무풀 처형, 큰 나무 꿈, 벨사살 왕의 죽음과 사자굴 사건이 있다.
다니엘서 앞부분에 등장하는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2세)은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제2대 왕으로 유대를 멸망시키고 그들을 바빌로니아로 강제 이주시켰던 사람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건설했던 왕이다. 다니엘서는 다니엘이 B.C. 6세기 경 바빌론에서 기록한 것이라고도 하고 혹은 몇 세기 후 다니엘의 이름을 빌려 기록한 것이라는 설도 유력하다.
이 책은 주석이 아니며 설교집이다. 설교를 했던 원고를 글의 형식으로 다듬어놓은, 다니엘서 강해.
설교집은 대체로 은혜롭지만 설교집을 읽는 것은 사실 무슨 재미가 있겠는지.. 그런 내 마음을 움직여 읽게 만든 것은 이 책에 쓰여 있던 이 글귀, "오늘날 세상에서 신앙을 지키는 법" 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전도사님이 설교 도중에 들려주신 예화 중에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 때는 6.25. 남북전쟁이 거의 끝나갈 즈음 어느 주일날, 시골 마을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주민들은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밖에서 외치길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만 살려줄 테니 믿지 않는 사람은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 안에 남으면 죽음이고 나가면 살려준다는 것인데 갈등하던 사람 중 몇 사람이 밖으로 나갔고 살기 위해 나갔던 그들이 뜻밖에 총에 맞아 죽었다. 사실은 공산군이 아니라 국군이었고 그들이 안 믿는 사람을 살려준다는 말로 유인해 낸 후 그 말을 믿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이 설교 중의 예화를 기억하는 건 너무나 격분해서였던 것 같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 이 얘길 전한 여전도사님의 의도는 그러므로 이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지키려던 사람들은 살았다는 것이었겠으나 어린 나에게 이런 예화는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얼토당토않은 나쁜 이야기에 불과했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 선이란 말인가. 믿는 사람을 박해하고 죽이는 것이 선이 아니듯이 믿음 없음을 이유로 죽이는 것 역시 용납이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지.
다만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과연 나는 교회 안에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두고 종종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시대와 나라에 살고 있음에 안도하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을 때였다. 용의자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결박한 채 무릎을 꿇리고는 이마에 총을 대고 하나님을 믿는지 물어서 그 질문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믿는다고 대답한 학생들을 그 자리에서 쏴 죽이는 일이 있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일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신앙을 지키고 올바른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길은 삼가야 할 많은 것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들 역시 많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는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이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삶의 터전에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시시때때로 신앙인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주일을 지켜 교회에 가는 것만이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므로.
이 책에서는 그런 삶을 이야기한다. 다니엘서를 통해. 소년 다니엘이 노인이 될 때까지 포로로 압송되어 살면서 지키고 보여준 유연하고 담대하며 지혜로운 모습을 조명하면서.
성경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문체로 되어 있기도 하고 시대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하고 다 알고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만약 내가 다니엘서 강해가 아니라 다니엘서를 읽었다면 (이미 수차례 읽었지만) 다니엘의 세 친구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가 풀무불에 던져졌지만 머리카락 한 올 타지 않고 그을린 데도 없이 살아나왔다는 놀라운 이야기나 사자굴속에 던져진 다니엘만을 기억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서 강해를 읽으며 잘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었거나 내 삶에 적용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깊이 묵상하게 되면서 참으로 큰 은혜를 받았다. 400여 페이지가 넘어 두껍다고 여겼으나 읽다 보니 손에서 놓기 아까웠고 여러 번 읽으며 되새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니엘서는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10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고 역사적 위기 속에서, 개인적 위기 속에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처신하고 살아가면 좋을지를 보여준다.
사실 알고 보면 삶의 곳곳이 사자굴이고 풀무불 속이며 믿는다는 이유로 조롱당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악에서부터 보호하고 건지신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지키고 하나님을 사랑하며 담대히 살아가는 삶을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다니엘 3:17-18)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