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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마태의 천국 이야기 ㅣ 쉽게 풀어 쓴 이야기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21년 4월
평점 :
나는 천국에의 소망이 없었다. 물론 이 말은 지옥에 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지나 소망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었고 사는 내내 여전히 힘이 드는데 죽은 후에 또 살아야 한다니 뭐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라고 생각했었다. 이별이 슬프긴 하나 죽으면 그걸로 종말이길 바랐다. 다음 생에 만나거나 다른 세상에서 만나길 바라는 것은 최소한 내 바람은 아니었다. 그리워 하는 사람들, 원치 않는 이별 앞에서 슬퍼하는 이들이 서로 다음 세상에서라도 만나기를 빌었던 것일 뿐.
불멸이나 불로장생을 꿈꿔본 적도 없었다. 내게 주어진 삶 속에서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사고 없이 무탈하게 그리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남에게 나쁜 짓 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때나 남 앞에서 떳떳하게 살다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크리스찬 인것은 조건부로 믿는 신앙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대신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것은 굳게 믿지만 그걸 믿을테니 내게도 천국을 달라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크리스찬인데, 나의 부끄러운 모든 죄를 자백하는데, 모든 것이 은혜로 주어진 것을 아는데, 부활도 확신하는데, 그런데 부활에의 소망이 없다니 이것은 내 개인적으로는 꽤 큰 문제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마태의 천국 이야기. 읽으면 천국에 소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동원 목사님이 쉽게 풀어 쓰신 마태의 천국 이야기로 사실은 마태복음 강해서이다. 성경을 순서대로 쭉 해석하여 설명해주는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지옥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천국을 인식하고 있어서 매력을 못 느꼈던 것 같다. 하늘나라 라는 게 영 신통찮았고.
그러나 하나님 나라라면 얘기가 다르다. 마태가 천국으로 표현한 것은 하나님을 외람되이 발음하기보다 하늘이 더 적합하여 그랬다고 한다. 마태는 천국의 주제 아래 천국의 본질과 천국 백성의 자격에 대해 마태복음을 통해 논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며 나는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겠다는 것과는 엄청 다른 건데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영원히 사는 것에도 소망이 생기면 좋겠다. 암튼 여기까지는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고 이제 책으로 돌아가보면 2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마태복음 강해서이다. 마태복음의 순서대로 천국 왕자의 지구별 탄생, 천국 제자의 인격, 천국 실현의 기도, 좋은 땅의 비유,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 한 알의 비유, 누룩의 비유, 보화와 진주의 비유, 그물의 비유, 천국 서기관의 비유, 천국 열쇠, 천국에서 큰 자, 천국 백성의 용서, 천국 품꾼의 섬김 의식, 천국 백성의 열매, 천국 포도원의 둘째 아들, 천국에서 존대 받으실 아들, 천국의 혼인 잔치, 천국의 슬기 있는 자들, 천국의 달란트 맡은 자들, 천국의 오른편 양들, 천국의 확장과 완성이라는 소제목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신약 성경의 첫번째 복음서가 마태복음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마태복음을 아주 많이 읽고 말씀을 들었을 터라 이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동원 목사님의 적절한 예화와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차근차근 천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은혜가 되고 마음에 새겨가며 읽을 말씀인데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도전이 되었던 대목은 p.274 "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소극적으로 또는 나태하게 내 믿음 지키기에도 바쁘고 어려워하며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마음이 힘들어졌다. 자신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내키지 않아서일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알고보니 말로만, 머릿속으로만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고자 했던 게 아니었는지. p.275 "우리가, 우리 교회가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을 알 수 없는 이들을, 우리는 그들을 향한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이는 마지막 날 주님의 오른편에 서기 위해 응답해야 할 책임입니다" 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도 이렇게 못하고 살지 않았던가. 많이 읽고 많이 들어서 다 아는 얘기 같았던 마태복음, 아직은 멀리 있는 이야기 같아서 안일하게 여겼던 천국 이야기, 아니까 쉽다고 생각했던 말씀들, 나는 이 정도만 해도 이미 하나님의 자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믿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