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쓴 마태의 천국 이야기 쉽게 풀어 쓴 이야기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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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국에의 소망이 없었다. 물론 이 말은 지옥에 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지나 소망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었고 사는 내내 여전히 힘이 드는데 죽은 후에 또 살아야 한다니 뭐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라고 생각했었다. 이별이 슬프긴 하나 죽으면 그걸로 종말이길 바랐다. 다음 생에 만나거나 다른 세상에서 만나길 바라는 것은 최소한 내 바람은 아니었다. 그리워 하는 사람들, 원치 않는 이별 앞에서 슬퍼하는 이들이 서로 다음 세상에서라도 만나기를 빌었던 것일 뿐.

불멸이나 불로장생을 꿈꿔본 적도 없었다. 내게 주어진 삶 속에서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사고 없이 무탈하게 그리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남에게 나쁜 짓 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때나 남 앞에서 떳떳하게 살다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크리스찬 인것은 조건부로 믿는 신앙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대신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것은 굳게 믿지만 그걸 믿을테니 내게도 천국을 달라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크리스찬인데, 나의 부끄러운 모든 죄를 자백하는데, 모든 것이 은혜로 주어진 것을 아는데, 부활도 확신하는데, 그런데 부활에의 소망이 없다니 이것은 내 개인적으로는 꽤 큰 문제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마태의 천국 이야기. 읽으면 천국에 소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동원 목사님이 쉽게 풀어 쓰신 마태의 천국 이야기로 사실은 마태복음 강해서이다. 성경을 순서대로 쭉 해석하여 설명해주는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지옥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천국을 인식하고 있어서 매력을 못 느꼈던 것 같다. 하늘나라 라는 게 영 신통찮았고.

그러나 하나님 나라라면 얘기가 다르다. 마태가 천국으로 표현한 것은 하나님을 외람되이 발음하기보다 하늘이 더 적합하여 그랬다고 한다. 마태는 천국의 주제 아래 천국의 본질과 천국 백성의 자격에 대해 마태복음을 통해 논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며 나는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겠다는 것과는 엄청 다른 건데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영원히 사는 것에도 소망이 생기면 좋겠다. 암튼 여기까지는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고 이제 책으로 돌아가보면 2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마태복음 강해서이다. 마태복음의 순서대로 천국 왕자의 지구별 탄생, 천국 제자의 인격, 천국 실현의 기도, 좋은 땅의 비유,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 한 알의 비유, 누룩의 비유, 보화와 진주의 비유, 그물의 비유, 천국 서기관의 비유, 천국 열쇠, 천국에서 큰 자, 천국 백성의 용서, 천국 품꾼의 섬김 의식, 천국 백성의 열매, 천국 포도원의 둘째 아들, 천국에서 존대 받으실 아들, 천국의 혼인 잔치, 천국의 슬기 있는 자들, 천국의 달란트 맡은 자들, 천국의 오른편 양들, 천국의 확장과 완성이라는 소제목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신약 성경의 첫번째 복음서가 마태복음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마태복음을 아주 많이 읽고 말씀을 들었을 터라 이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동원 목사님의 적절한 예화와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차근차근 천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은혜가 되고 마음에 새겨가며 읽을 말씀인데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도전이 되었던 대목은 p.274 "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소극적으로 또는 나태하게 내 믿음 지키기에도 바쁘고 어려워하며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마음이 힘들어졌다. 자신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내키지 않아서일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알고보니 말로만, 머릿속으로만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고자 했던 게 아니었는지. p.275 "우리가, 우리 교회가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을 알 수 없는 이들을, 우리는 그들을 향한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이는 마지막 날 주님의 오른편에 서기 위해 응답해야 할 책임입니다" 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도 이렇게 못하고 살지 않았던가. 많이 읽고 많이 들어서 다 아는 얘기 같았던 마태복음, 아직은 멀리 있는 이야기 같아서 안일하게 여겼던 천국 이야기, 아니까 쉽다고 생각했던 말씀들, 나는 이 정도만 해도 이미 하나님의 자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믿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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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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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자는 돈이 많아야 하고 여자는 얼굴 예쁜 게 장땡이야." 대학 때 우리과 친구가 어느 날 난데없이 했던 말이었다. 그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또다른 친구에게 그 말을 전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걔가 뭘 좀 아네.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난 왜 거의 30년이나 지난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걸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 도중에 문득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만과 편견은 1813년 작품인데 이십세기 말을 살고 있던 내 친구들의 인식이 그랬다는 게 묘하게 겹쳐지며 떠올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p.287~288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창피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다씨나 위컴에 대해서 자신이 그토록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다. 그녀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군! 판단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내 능력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내 언니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고 놀려댔고. 난 남을 의심해가면서 자만심에 싸여 있었군. 이제야 모든 걸 알게 되다니 얼마나 창피한 노릇이야! 하긴 창피스러운 것도 당연하지! 남자하고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눈이 멀지는 않았을 거야.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한테 호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난 그 두 사람에 대해서 선입관과 무지만을 갖게 됐고 이성은 발로 차버린 거지. 지금 이 시간까지 난 내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거라고."]

다소 오만해 보이는 다씨는 자신의 그러한 성품 때문에 뭇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샀고, 그런 그의 첫인상을 오만하게 본 엘리자베스의 편견으로 다씨와 리지(엘리자베스)는 어긋나야 했다. 다시 서로의 마음을 알고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을 나의 기준과 관점으로 바라보며 오해하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각자의 오해가 쌓여 서로 멀어지기도 하고 관계가 깨어지기도 한다는 것에 대해 책을 읽으며 여러차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로 첫인상만으로 바르지 않은 사람을 좋게 보고서 다른 모든 판단을 그릇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외모와 언변과 둘러싼 배경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도 내 판단만이 옳다고 고집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입장을 바꾸어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나를 대한다면 유쾌한 일이 아닐테니까.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이렇게 시대와 배경이 다른 내용을 읽어가다보면 책에 쓰인 시대의 생활상이나 사람들의 생각, 풍습 그리고 결혼관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살던 시대에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불충분했고 지위도 낮았더래서 심지어 딸에게는 상속조차 기회가 없었던가보다. 그들은 그래서 착실하게 신부수업(?)을 받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배우거나 미술을 배우는 등 교양을 쌓고 무도회나 파티에 나가 괜찮은 신랑감을 만나 신분을 바꾸거나 삶을 유지하는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와중에 사랑을 찾아 (아무리 남자의 배경이 좋아도 사랑을 전제로 배우자를 찾으려던) 결혼한 베넷 부부의 큰딸 제인, 당차게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솔직했던 리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오로지 딸들을 좋은 집안(이왕이면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베넷부인의 딸들임을 감안할 때 말이다. 의외로 아버지는 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결혼을 함에 있어서 사랑은 필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비중이 좀 커서 그렇지 그게 전부는 아닌게 사실인데 딸만 많은 집안에서 딸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주려는 아버지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돈만 좇아 치우듯 결혼시킨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의미로)

'오만과 편견' 이 책의 장점은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나다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존재를 설명하는 것 같아서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에 수록된 삽화들이 또한 눈길을 끈다. 그리고 다씨와 빙리는 절친이었으니 그렇다치고 그들이 위컴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과 지역 관할 목사의 말과 행실에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워서 더 읽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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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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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짓고 살면 안되겠다'가 아니라 '억울한 분쟁에 휘말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내겐 더 우세하다.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모든 사건의 모든 판결이 다 그렇지는 않을테지만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사고에 관하여 알려진 재판의 결과가 도무지 납득되지 않을 때가 의외로 많았다. 이쯤되면 법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건지 아니면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법과 판결 두 가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표창장 위조가 마약 밀반입이나 음주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보다 더 위중한 범죄로 취급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를 가중처벌해도 모자라 보이는데 심신미약이라며 감형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살인을 저질렀어도 초범이고 뉘우치고 있으며 계획 범죄가 아닌 듯 하다는 이유로 가벼운 형벌을 받아내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피해자만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공정하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을 때, 상식적이라고 여겨지는 판결이 아닐 때, 오래된 판례를 들어 현실과 맞지 않는 판결이 났을 때 그런 행태를 보며 죄 짓지 말고 살자는 생각보다 억울한 송사에 절대 휘말리지 말자는 생각이 들 수밖에...

<불량 판결문> 이라는 책을 읽었다. 권리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책 표지 안쪽날개 프로필 중에서), 최정규 변호사의 책이다. 현역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부당하고 불공정한 법에 맞서 억울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나쁜 법과 불량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음 재판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므로.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되어 있다. 악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국민이 법원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 상식에 맞지 않는 불량 판결문, 쉽게 편들 수 없는 논쟁의 판결, 그리고 법, 불량 판결문, 어디에서 A/S 받나요? 이것들이 각 장의 제목이다. 최정규 변호사가 실제 판결 내용을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을 읽고 있으면 그 내용은 사이다이다. 그러나 판결 내용은 내 일이 아님에도 억울하고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상식이 보편화되고 일반적이라야 하는 것일텐데 그렇게 못함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이 내 주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여겨졌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다보면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치명적인 강력범죄부터 의도하지 않았으나 생기는 사고들까지. 그것을 공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럴 것으로 믿고 어려운 재판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책을 통해 본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답답했다. 그럴때 이렇게 목소리를 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우리는 관심을 가지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 10조의 내용이다. 판결을 내리고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염두에 두고 올바르게 판결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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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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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에 나는 홀로 내 자취방에서 영화를 많이 보았었다. 많이 봤댔자 주말의 영화를 빠짐없이 본 게 고작이었지만 암튼 어떨 땐 금요일밤부터 주말동안 교육방송에서 해 주는 영화까지 쟝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란 영화는 다 보았다. 방송사별로 방영 시간이 겹치면 양쪽을 번갈아 보다가 더 재밌는 영화를 선택했고.

그리고 그 당시 나는 책도 많이 읽었다. 서점에 가서 사서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보고 책 대여점에서 돈을 내고 빌려보는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가서 고전부터 시작하여 가리지 않고 다 읽었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도 그랬었다. 집에 있는 내 책 읽고 또 읽다가 다 읽고 더 읽을 게 없을땐 부모님 책도 보고 친구집에 가서 빌려읽고.. 빌려오는 도중에 길에서 다 읽어서 집에 오다말고 다시 친구네 집에 돌아가서 다른 책으로 바꿔 빌려오기도 했다. 영화도 좋아해서 부모님 따라 극장에도 자주 가고 학교 동아리로 영화감상부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내가 알게 된 건 나 자신에 대해서였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그런 것. 책과 영화가 나를 만들고 영향을 끼치고 키워준 것도 있었겠지.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죄다 중학교 다닐 때 읽었었다. 우리집에 있던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다 옛날책이라 세로로 쓰여 있었다. 평소 읽던 형식이 아니고 희곡이었는데다 세로로 쓰여 있으니 읽는 게 만만치 않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자를 대고 읽었다. 자꾸만 다른 줄을 읽게 되곤 해서. 그때 읽었던 작품들이 셰익스피어의 비극들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 당신 뜻대로, 이런 것들과 함께 바로 이 책.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실 그때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셰익스피어가 재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유명할 일인가 했었다. 그러면서 이걸 한글이 아닌 영어로 읽으면 글의 묘미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오랜만에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을 다시 읽었다. 그랬더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길게도 주절주절 주워 섬겨봤다.

이십대때 보았던 영화중에 프린세스 브라이드라는 영화가 있었다. 로맨스, 코미디, 판타지.. 뭐 이런 쟝르인데 진지하게 보다가 약간 병맛인 그 영화에 묘하게 중독되었던 잊을 수 없는 영화로, 영화 속 영화의 형식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하며 그 책 내용이 프린세스 브라이드의 주된 이야기인 그런 형식.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그런 형식이다. 극 속의 극 형태를 띄고 있다. 극 속의 인물들이 연극을 한편 관람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극중극의 내용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주 내용이 된다.

이 책의 서막에 나오는 이야기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게 흥미로운데 아쉽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부분에 다시 나오지 않는다.

레인보우 퍼블릭스에서 펴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양쪽에 배치하여 문자메시지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대사를 주고 받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고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희극은 숨가쁘게 읽히는 것 같다. 이 책은 대본이어서 그런지 만연체가 아니어서 더 빠른 호흡으로 책이 읽힌다.

그들이 나누는 대사도 예사롭지 않은데 이게 현대의 우리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너무 재수없었을 것 같은 이야기. 그러나 말마다, 비유마다 끄덕이거나 웃게 만드는 대사들. 뭘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는 셰익스피어.

하지만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반감을 갖게 될 소지가 있다.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봐도 좋을지.. 글을 읽고 난 후의 저마다의 감상이 오해일지 이해일지 모를 일이다. 곧이 곧대로 줄거리를 따라가보면 이게 무슨 짓인가 싶으나 너무 터무니없다보니 (페트루키오가 카타리나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사람을 길들이겠다고 나선 작태가) 너무나 상식 밖의 행동이라 결혼상대자를 길들이겠다고 나선 행동을 비꼬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시대를 고려해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여성들은 자기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카나리나와 비앙카는 내 느낌에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 자매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들끼리 야단법석. 카타리나도 말괄량이라기 보다는 성격이 좀 못된 그런 정도..

셰익스피어가 극중극의 형태로 희곡을 쓰고 이 극 안에서도 저마다 변장을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바꾸어 역할을 하게 한 것은 남존여비의 사상이 허구 속에서만 존재함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해설이 이 책의 뒷 표지에 나와 있어서 반감 없이 재미있게 읽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 않으나 누구인척 하는 누구와 누가 누구에게 마음이 있고 없는지 등등이 초반에 몹시 헷갈렸던 것 빼고는 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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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지쳤다면 오늘부터 습관 리셋 - 셀프 고문 없이 가벼운 몸 만들기
한형경 지음 / 영진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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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이제 다이어트에 지쳤다. 이렇게 쓰고보니 마치 대단한 다이어트라도 한 것처럼 보여서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그 다이어트에 신경쓰느라 분명 지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더 체중이 불어나고 있거나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쯤되고보니 이제야 내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겨우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는데 그것도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 내 살이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그즈음 발견한 이 책은 제목부터가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부터 습관부터 바꿔가자고 작전을 변경하던 참이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작고 마른 체형이었다. 언제나 아주 말라서 내가 입는 모든 옷은 내게 다 컸었다. 학년이 바뀔때마다 선생님들께서 상담하실때 내 건강을 염려하셨고 부러질까,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하셨더랬다. 친구들은 내가 조그맣다고 자기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겠다고도 했었다.

결혼할 당시에도 남편은 내게 이렇게 가냘픈데 어떻게 아기를 낳을까 하고 걱정을 했었고.



그러나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믿겠나 싶게 지금은 샅바만 매면 백두급, 한라급 천하장사 같다. 다리만 보면 스모선수, 어깨만 보면 역도선수다. 그렇다고 막 건강 체질이냐면 이 와중에 자주 어지러워서 비틀거리고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여기저기 아픈 데도 생기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살을 빼고 싶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목적이 아니었고 체중을 조절하면 혈압과 당뇨 같은 것의 염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것 같았고 체중이 야금야금 늘어나면서 아프게 된 허리나 무릎의 통증도 나아질거라는 생각에서 다이어트를 하려했었다. 목표는 출산 전 체중이었다. 내 키에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을 해보았더니 몸은 확연히 건강해지는 걸 알겠으나 체중은 오히려 더 불어났다. 먹는 걸 줄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양을 제한했더니 허기져서 어느날엔 폭식을 하다가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기 일쑤였다. 간헐적 단식이란 걸 해보려니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어졌고 먹는 음식을 다이어트식으로 바꾸어 보았더니 입맛에 맞지 않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이러니 지칠수밖에.

조금씩이라도 빠지면 계속할 힘이 나련만, 내 몸은 몸이 기억하는 나의 적정 몸무게를 높게 책정해 놓았는지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친 나는 건강한 돼지로 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는데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작정한 게 습관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빠르게 먹던 것을 천천히 먹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질 하던 것을 왼손으로 바꾸어 하고, (왼손도 잘하더라는 게 함정;;) 늦게 잠자리에 들던 걸 더 일찍 자려고 노력하고, 기름진 걸 덜 먹고, 먹으면 움직이고, 간식은 줄이고, 내가 먹고 움직이고 운동한 것들을 다 사진으로 찍어서 점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이야기와 다름없어 보이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내 얘기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다양하며 근거가 확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 파트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 파트에서는 저자의 다이어트 실패기가 나온다.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식단 습관 1인치 리셋이라는 제목으로 한달에 10킬로 보다는 열달에 10킬로를, 모든 탄수화물을 안먹는 것 보다는 나쁜 탄수화물을 끊는 것을,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게 아니라는 것을, 먹은 것을 찍는 사진들을 업로드 할 때 과식 감정 일기를 써 보기를, 먹는 양을 줄이되 단백질은 잘 섭취해 주기를 권하고 있다. 세번째 파트에서 다루는 내용은 운동 습관이다. 나는 운동을 나름 쉬지 않고 해 오고 있기는 한데 최근들어 회의감이 들던 중이었다. 분명 몸이 전보다 건강해진 것 같기는 한데 내가 하고 있는 운동법이 바른것인가 하는 것과 운동하다 지치거나 생리기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까 하는 의문, 운동의 적정시간과 자세 같은 것을 잘 알 수가 없어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이 세번째 파트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어떤 운동법을 권해주어서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어서 도움이 되었다.

부록도 있다. 호흡, 목, 어깨 통증, 무릎의 건강, 그리고 몸의 올바른 정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호흡과 몸의 정렬 대목이 특별히 더 눈에 띄었다. 내가 그동안 무시했던 부분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만들고 싶은 몸보다 만들 수 있는 몸을 위해 습관을 조금씩만 바꾸어 보기로 했다. 실패한 이유들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지치지 말고, 내 몸을 고문하지 말고 오늘부터 습관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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