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은 오리 유람선 ㅣ 작은 곰자리 87
모토야스 게이지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9월
평점 :
이 그림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호숫가에서 종종 마주치는 오리보트였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한 여름날의 풍경처럼, 책 속에서도 유람선을 타려는 동물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줄을 서 있다. 그 모습이 꼭 사람처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도시의 모습이 일상 물건들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차통, 주전자, 죽방울, 수박, 생수통 같은 물건들이 마치 건물처럼 자리 잡고 있는 장면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작가의 시선이 참 유쾌하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물건들이 그의 세계 안에서는 모두 ‘삶의 건축물’로 바뀐다. 그 덕분에 페이지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눈을 굴리는 재미가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이 작품은 〈여행은 구구 항공〉, 〈여행은 제비 항공〉, 〈여행은 다람쥐 택시〉의 연작 중 하나였다. 알고 나니, 이 유람선 여행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떠나는 이야기도 궁금해서, 시리즈 전체를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