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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비가 오면 ㅣ 생각을 더하는 그림책
탕무니우 지음, 남은숙 옮김 / 책속물고기 / 2025년 6월
평점 :
『후드득 비가 오면』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빗소리를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후드득” 하고 떨어지는 비방울 하나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걸 이렇게 다정하고도 솔직하게 보여 주는 책이 또 있을까?
처음엔 단순히 동물들이 물웅덩이에 모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건 생존의 이야기이자 공존의 이야기였다. 코끼리, 사자, 영양 떼처럼 큰 동물들이 먼저 차지하는 물웅덩이에서 가장 느리고 작은 거북이와 올챙이는 나중에야 겨우 숨 돌릴 물을 찾는다. 그 모습이 왠지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꼭 그렇지 않나 싶어서.
그런데 거북이와 올챙이가 물을 두고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장면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건 아이들의 놀이 규칙이기도 하고, 동시에 어른 세계의 법칙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결국 둘이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서, 하늘에서 다시 비가 내려 주는 순간이 너무도 벅찼다. '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생명에게 물이 흘러드는 장면이, 문득 고마움으로 나를 가만히 적셨다.
무엇보다 이 책의 그림이 너무 좋았다. 가로로 긴 화면을 따라 물이 흐르는 장면은 마치 하나의 무대를 보는 것 같았고, 동물들이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표현된 모습이 신선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저기서 물이 어디로 갈까?”, “누가 다음에 올까?” 하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후드득 비가 오면』은 단지 ‘비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세상의 소리가, 자연의 움직임이, 그리고 가장 작은 생명들의 떨림이.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정말 전해주어야 할 건 이런 귀, 이런 눈, 이런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