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는 - 양과 늑대의 이야기 바람그림책 163
신순재 지음, 조미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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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이’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와 나 사이, 친구들 사이, 그리고 아이가 세상과 맺어가는 무수한 관계들 속에서, 때론 가까워졌다가도 어느새 멀어지고, 멀어졌던 마음이 다시 다가오는 경험을 반복하곤 하니까요.

《우리 사이에는》을 처음 펼쳤을 때, 시무룩한 양의 표정이 마치 내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다퉜을 때, 혹은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 아이는 그렇게 마음을 굳게 닫기도 했거든요. ‘여우가 말했어. 양과 늑대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이 대목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너와 나는 달라서 안 돼’라는 말을 듣고, 또 하며 살아가는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늑대의 대답은 참 따뜻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딸기 넝쿨이 있고, 나비가 있고, 노래가 있고, 웃음이 있어.”
그 말에 저는 문득, 내 아이와 나 사이에도 늘 분주하게 오고 가는 대화와 웃음, 사소한 놀이와 눈빛들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양과 늑대는 둘 사이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서로의 관계를 스스로 발견해 갑니다. 그 과정이 마치, 아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어른인 내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때의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꼭 맞아야 좋은 사이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있기에 흐름이 생기고, 그 흐름 안에서 관계는 자랍니다.

《우리 사이에는》은 저에게 ‘관계’라는 말을 다시 정의하게 해준 그림책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고, 비어 있는 사이에 머물러도 좋다는 위로. 그리고 그 사이를 감싸는 따뜻한 감정들이 결국 우리를 이어 준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오늘 함께 읽은 이 책도 있네?”
그리고 조용히 웃었습니다. 딸기향처럼 달콤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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