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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북촌방향을 보고 있자면 하염없이 튀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냉소도, 박장대소도 아니다. 어디선가 많이 봄직한 상황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너무 민망해서이다. 낮인지 밤인지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는 흑백영화에서 (어김없이 영화를 만들었다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 보편의 모습을 발견한다. 뫼비우스 띠처럼 안과 밖에 한없이 뒤틀린 세상.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른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과 화면의 전환에 따른 서사적 흐름이라는 성질을 기본으로 하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마저 뒤틀어버리는 홍상수. 모호한 화면에 진지한 의미부여를 하는 영화판 평론가들에게 그냥 이건 우연히 일어난 영화 한 컷에 불과하다고 조롱이라도 하듯. 배우와 감독 관객 그 누구도 북촌을 향하진 못한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에 갇힌 수인들처럼 빙빙 맴돈다. 그의 영화가 묘파하는 지리멸렬하고, 모호하며, 파편적이고, 차가운 현실의 감촉은 서늘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