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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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르면 두려워 한다. 그리고 혐오한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불안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앎이라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것이다. 매우 혐오스러울지라도 그것에 대하여 잘 안다면 사람은 그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무언가에 자신이 당하는 일이 있고, 그에 대한 피해를 받더라도, 그 피해를 받는 게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인간이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가는 과정이다. 개미들이 나무 밑에서 무거운 흙들을 조금씩 밖으로 덜어내며 발전하듯, 우리 인간들이 발전하는 방식 또한 그렇게 다르지는 않은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상당히 경이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조현병에 대해서 사람들이 두려워 하고 있는 이유는 조현병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한 상태에서 그리고 어떤 병이든 걸리면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병에 걸린 사람의 일탈적인 행동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와 같이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해당 병에 대하여 혐오하는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 뻔하다.

물론 이 책 <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의 경우에는 조현병이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한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을 TV로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TV를 통해 본 자폐증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고, 자신의 욕망이 아이와 같이 책임도 없으며,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 그 사람들이 자폐증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들과는 섞이면 안된다는 생각도 가져썬 것 같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와중에 만난 것이 이 책 <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이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감히 연구자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평생 엄마나 아빠의 간호 아래에서 집안에서만 틀어박혀 살다가, 사회성은 더 없어지고, 더욱 고립된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비록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고 살았지만, 저자가 공부한 분야 그리고 연구한 분야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분야이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종종 자기 자신에 대한 연구를 내놓는 것이 용감한 일이라고 하여 교수와 다른 학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추종을 받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용기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과학이라는 것으로 이를 한 것이나 솔직히 대단한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대단한 점은 이 부분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사람들의 인식이 없는 곳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자기 자신을 매개로 삼아서 사람들의 무지가 될 수 있는 자폐증의 영역을 저자는 개척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3자가 자폐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과, 자기 자신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같은 것을 해낸 것이다. 아마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이 책을 선정한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보기 드문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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