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란 누구일까. 나는 옛날부터 작가에 대한 존중을 1도 갖지 못한 존재였다. 왜 그랬을까. 아마 감수성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나는 친구가 죽인 개구리 때문에 울기도 했고, 할아버지가 뒷간에서 닭 백숙을 먹기 위해 내가 키우는 닭의 목을 비트는 모습 또한 보고 며칠동안 앓아 누웠다. 뿐만인가. 단순히 동물만이 아니라 일정 사물에 대해서도 뭔가 초연한 듯한 혹은 한이 서린 듯한 감성을 갖고 있다. 내 주위에 있던 물건. 특히 지우게 같은 친구들이 천천히 마모되어 없어지는 모습을 어렸을 적 봤을 때, 수업시간에 갑자기 울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랬던 나는 왜 이렇게 작가의 글에 대한 감성이 없는 것일까. 나는 이 책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를 읽으며 실마리를 하나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정과 서술

 

사람의 감정은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 칠때의 모습과 같은 형상을 갖고 있다. 기대란 번개와 번개 사이에 인과 관계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인과간계가 있는지 그 번개의 모양은 정말 들쭉날쭉 이며 이리저리 뻗어 나간다. 또한, 사람 감정의 모습은 번개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번개가 어딘가에 내리쳐서 치유하지 못할 혹은 복구되지 못할 상처름 남기듯, 우리의 감정 또한 대개 그런 경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나의 감정을 소비하는 것. 즉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잊거나,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출하고 이를 상처의 하나로 새기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전자이건 후자이건 표면적으로 표출되는 감정의 모양세는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같은 감정의 특징으로 인해서 인생에서 실수도 많이하고 이러한 실수를 수없이 반복하며, 똑같은 사안에 대한 똑같은 감정 표출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뫼비우스의 띠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그 방법이 바로 자신의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그리모 내밀히 나의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고, 그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자신의 과거 모습을 천천히 되돌아 보는 것. 그것이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이 책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달팽이만이 아니라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자신 주위에 있는 일들을 섬세히 관찰하고, 그것과 상호작용 하는 자신의 모습 또한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이 책을 써내려간 듯한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즉 그만큼 저자는 자신과 세상 사이에서 내밀히 관찰을 했고,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섬세한 관찰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과거를 돌아봤다. 학교에서 일기를 써 오라고 할 때에도 나는 대충 섰다. 어쩌면 나는 저자처럼 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귀찮다고 하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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