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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붓다
이응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평점 :
작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교과서를 들쳐봤을 때, 수 많은 작가들이 쓴 그들을 나는 읽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나에게 정말 문학적인 감흥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스스로 “하얀 것은 글자요 검은 것은 종이다”라고 이야기 할 때까지 교과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었지만, 내 인생에 남았고, 내 현재의 삶에 대하여 커다란 감흥을 주는 글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어렸을 적에는 누군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필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중학교 때는 공부 안하면 맞으니까. 고등학교 때는 나만 국어 공부를 안하면 안되니까 그리고 물론 입시 문제도 있으니까 등등. 언어를 보는 삶은 상당히 편협했고, 그리고 그 편협함 속에는 혐오 또한 있어서 글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냉소적이었다.
그러다가 글과 친해진 것.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것은 졸업을 한 뒤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스스로 글을 읽기 시작할 때였다. 물론 그 기간에는 현재도 포함된다. 물론 처음에는 사회과학 위주의 글을 읽었기에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글들만 중요시하다고 생각을 했지, 문학적인 글은 여전히 나의 냉소적인 눈알 아래에서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내가 작가들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똑같은 한 글을 쓴는 데에도 깊이와 차이라는 것이 존재한 다는 것. 그리고 잘쓴 글이 어떤 것인지 분별하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내가 스스로 일기와 작문이라는 성찰적 글쓰기를 하면서 부터다.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고, 그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잘쓴 글이 어떤 것이고, 어떠한 방향의 글을 써야 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이 곳. 책과 콩나무에서도 나는 수많은 책을 받으면서. 이른바 작가라는 사람들이 쓴 책을 수 없이 많이 받아서 본 것 같다. 하지만 대개의 책들 중에는 홍보는 했지만 괜이 신청했다는 책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믿고 신청을 한 것이었는데, 그런 나의 인풋에 대한 그들의 아웃풋에서는 전혀 ‘작가’라는 타이틀에 맞는 실력과 깊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이 책 <해피 붓다>를 읽으며 이곳에서 받은 책이 모두 별루였다는 이야기는 집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문채는 간결하다. 그리고 글에서는 힘이 넘치고, 그 힘은 해박한 지식과 감성을 두드리는 두 가지의 벡터는 내가 보이지 않는 영역에까지 뻗치는 듯 하다. 작가의 글이 무엇인자. 그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 이 책 <해피 붓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