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시간

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페미니즘을 다룬 책들은 언제나 재미있다. 하지만 그 재미. 우리가 흔히 느끼는 말초적인 재미는 아니다. 가령 어벤저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펙타클함에서 오는 재미, 혹은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볼 수 있는 남녀간의 달콤 새콤한 로멘스 혹은 미드 체르노빌 등과 같은 것에서 오는 뭔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거대 악과의 전쟁 등등등. 우리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은 우리를 통과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 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선사하는 재미는 어떻게든 우리의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재미가 아닌, 슬슬슬 내부에서부터 밀려오는 혹은 떨려오는 재미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즉, 외부에서 자극적인 재미가 나를 통과하는 게 아닌 계속해서 나를 성찰하게 만들고,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회상하도록 하여, 저자 혹은 페미니즘 소설속 주인공과 나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하고, 이로 인한 공감과 행동에서 오는 재미가 바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글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이 책 <밥 하는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전직 국어교사인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문채가 비록 수수하긴 하지만 무겁고, 그 무거운 파장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적지 않다. 약간 교과서에 많이 실릴 것 같은 글같은 투박한 면이 있긴 하지만, 파현화된 교과서에서의 글과는 달리 나름 거대한 맥락 안에서 집필된 글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종합적으로 저자가 하려는 말이 들려오고, 지루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밥 하는 시간>을 읽으면서 좋았던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 삶에서 밥 하는 시간과 나는 마주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밥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저자가 밥을 먹으면서는 무슨 일을 한는지 등등등. 밥 뿐만이 아니라 일생 생활속에서 저자가 성찰을 통해서 한 작은 발견들을 느낄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물론 “저자가 이러한 것을 느꼈다” “그래서 뭐?”가 아닌 저자가 쓴 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나 또한 내개로 오는 순간순간의 활동에 대한 성찰이 가능했다고나 할까. 물론 잘해봐야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하는 행동들을 모방하는 것밖에 되지 않지만, 어쩐지 저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상을 탈바꿈하게 만든 좋은 글들이 모인 <밥 하는 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