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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가 김영하 씨가 한 이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그렇다. 나는 이 말이 들렸을 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하와 나의 공통점이 있어서라기보다, 책에 대한 나의 지름신적 집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그것도 유명인이 있다는게 좋았기 때문이다. 김영하의 이 말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적인 기호학자인 움베르트 에코 또한 자신이 산 책들의 1/4밖에 읽지 못했다고 하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아직 나는 몇 권 산 것도 아니고, 아직 많이 읽은 것도 아니다.
어쨌든 네이버 지식캐스트 같은 곳에 들어가 보면 000의 서재와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가령 유시민의 서재라고 하면 우리나라 근현대사 및 세계의 역사책들이 유시민의 서재 이곳저곳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서재가 그 사람에 대한 전부를 이야기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서재에 있는 책들은 그 사람이 읽은 책들이 아닌 읽을 책들이고, 이는 그 사람의 단순한 기호 혹은 선호를 반영할 뿐이다. 그 사람이 쓴 택스트를 보지 않는 이상, 단순한 책 만으로는 한 사람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표면적인 정보밖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서재에 있는 자신이 쌓아둔 책을 읽고 그 사람이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냐가 중요할 것이다. 김영하는 김영하의 서재에 있는 책들이 김영하를 만든게 아닌, 어찌 됐든 김영하가 읽은 책들이 그리고 김영하가 그것을 소화해 배출한 글들이 지금의 김영하를 만든 것 아니겠는가. 이 책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이 재미있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책의저자 한재우 씨와 내가 읽은 책들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몇 개는 일치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하루키를 읽고 혹은 <미움받을 용기> 등을 읽고 그것을 해석하고,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양상은 전혀 다르다. 저자가 살아온 맥락, 저자가 해당 책을 읽은 이유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나는 책을 무겁게 여겼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한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대개 가볍다. 그리고 저자의 글도 가볍다.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가 쓰인 목적은 아마도 가볍게 자신이 책을 읽고 도출한 결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놓은 책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자가 이야기 한 책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이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그런 호기심을 불어 넣었고, 상큼한 서평 혹은 저자만의 생각을 통해 다른사람들 또한 이와 같은 글을 쓰고 싣도록 본의 아니게 의도한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의 주 목적은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삶의 길로 우리를 의도하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 저자가 책에 관한 이야기로 책을 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