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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뇌 세포가 자극되게 만들어라!” 글쓰기를 가르쳐 주던 선생님이 언제나 하던 말이다.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면 뭔가 충격적인 것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은 곧바로 글의 주제를 선정적으로 가능한 하드하게 만들게끔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글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자는 뇌를 깨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 뇌가 해당 글을 지나치라고 명령을 하게끔 만든다. 미안하지만 이와 같은 일은 나에 대해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기괴하더라도 혹은 아무리 오싹하더라도 혹은 충격적이라도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오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 오싹한 것 혹은 기괴한 것이 어색해 보일 뿐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작가들은 사람들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상황들을 배경으로 글을 쓴다. 그래야 책 또한 팔리고 자신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 또한 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솔직히 책의 표지에 있는 책을 홍보하는 문구들을 봤을 때는 “그래 봐야 얼마나 그러겠냐?”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그저그런 마케팅 문구. 그리고 책의 제목을 포함해서 조금이라도 튀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이를 통해서 책을 구매하는 단계까지 만들려는 전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만약 내가 이 서평을 쓰면서 책의 이야기를 쓴다면 그것은 요즘 정말 죄악시 되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의 이야기는 빼고 책에 대한 나의 느낌만을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정말 기괴하고 오싹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와 같은 조건에서도 저자는 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모두 전한다. 기예르모 델토로가 <판의 미로>나 <셰이포 오프 워터>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괴하게 전하듯, 이 책 또한 기묘한 주제들 그리고 기묘한 상황들이 합쳐져서 저자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나의 뇌를 이중으로 자극했다. 기괴한 상상력. 그리고 이 기괴한 상황들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능력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