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스에서 잡스까지 - 상상력의 장인들이 펼쳐온 정보통신 혁신 이야기
신동흔 지음 / 뜨인돌 / 2018년 12월
평점 :

지금은 먼지만 폴폴 쌓이는 퇴물이 됐지만, 한때 나는 집전화기 받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가 좋았고, 전화기가 매개라는 것 또한 신기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종이컵 전화기를 말이다. 얇은 실 하나로 종이컵 두 개를 연결하면 4m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모든 것이 다 들렸다. 그런데 그 실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더 자세한 소리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 처음에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은 내가 과거에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매끄럽지도 않았다. 공학자들간에 수많은 특허 분쟁이 오가기도 했고, 기대보다 미치지 못해서 실패한 일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 책은 어쩌면 단순히 모스부호를 통해 시민들이 소통하던 시대에서부터 아이폰을 통해 시민들이 영상통화를 하는 현재까지 있었던 다사다난했던 통신의 역사로 볼 수도 있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공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노동사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시작은 ‘모스’부터다. “띠! 띠디! 띠띠띠”를 부호로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약간 이 기술이 서양에 해당되니까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현대 세상에 와서야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A~Z까지 각각의 단어들을 사용했으니까 모스 부호를 언어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에 와서야 ‘ㄱ ~ ㅎ / ㅏ ~ ㅣ’와 같은 문자나, 혹은 중국의 표의문자 같은 것은 과연 그것이 모스부호로 전달이 가능할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