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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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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르누아르 그림은 시대에 비해 육체미가 과감하게 표현되어 있음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캐럴라인 냅은 당시 그림을 보았다면 '쯧쯧, 여자들이 뚱뚱하네' 하고 생각했을 것이고, 두려운 마음 혹은 경멸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버렸을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를 통해 풍채가 있는 것은 지향하는 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식이장애, 거식증의 완치여부보다 음식을 거부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가 더 궁금했다.
3년 동안 나는 매일 같은 것을 먹었다. 아침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참깨 베이글 하나, 점심은 다농에서 나온 커피향 요거트 한 개, 저녁은 사과 한 알과 작은 큐브 하나였다. (p.16) 연예인의 원푸드 다이어트도 아니고 3년이나 동일한 식단을 먹는 동안 가족들은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이 증폭되었다.
맞교환의 항목, 난 성공은 가질 수 있지만, 물질적 안락은 가질 수 없어. 난 독립적이고 강한 사람일 수 있지만, 유년기 의존성의 한 조각은 꼭 붙들고 있는 한에서만 그렇지. 난 어머니가 갖지 못한 인정과 만족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해야 돼. (p.154)
어머니를 바라보는 캐럴라인 냅은 힘이 없는 존재, 똑똑해도 숨기고 살아야 하며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거식증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는 겉으로는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여있지만 실상 독립적인 존재, 다른 표현으로 개인주의였던 분위기에서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 아닐까 싶단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대로 충분한가?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날, 더없이 괜찮은 날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축복을 하나하나 꼽아볼 것이고, 힘들게 얻어낸 친밀한 관계들에 관해, .. 하지는 못할 것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달하는 일이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p.370)
캐럴라인 냅의 내면을 단숨에 이해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재독할 때쯤 그녀가 말하는 욕구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여자라면 공감할 '숫자'라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비추어 부제인 여성은 왜 원하는 가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자유를 알려주는 메시지 같단 생각이 든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숨겨온 욕구들에 대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살면서 몇번이나 있을까. 책이란 창구를 통해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