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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여름은 항상 특별한 계절이다. 누군가는 겨울을, 봄을, 가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늘 여름이다. 한 해의 가운데에 무상함과 쓸쓸함을 느낄 새 없이 명랑할 것 같은 계절이라서. 한 해가 간다는 불안감도 이제 또 시작이라는 부담감도 여름은 없다. 즐겁고 즐기는 계절이 여름이니까.
맥주와 반팔의 계절, 한 밤의 산책, 길어진 낮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여름에는 있다. 어린시절에는 오죽했을까. 지금보다 훨씬 즐겁고 명랑했을 시간이었을것이다. 여름방학, 가족여행, 바닷가도 좋고 산과 들도 좋았을게 틀림없다.
에쿠니 가오리의 기묘한 여름이야기라는 광고가 나갔던 이 책은 내게는 실은 첫번째 에피소드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번역의 문제인지 정서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지겨운 느낌도 주는 소설집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세심한 심리묘사나 소박하지만 예민한 상황에 대한 감성도 이 소설에서는 기대 이하였던 것 같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여름의 심상을 아련하게 간직한 사람들이라면 수박향기라는 그 자체만으로 향긋하고 시원한 공감을 느끼며 손이 가게 될지 모를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