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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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 한 권이 이만한 속도감을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 소설은 영화 못지않게 이야기의 전개가 입체적인 소설이었다. 속도감과 흡인력만큼은 이 작가의 이 전 작품들과 비교해 정점을 찍지 않았나 싶었다.
주로 남성 소설가들의 작품들이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의 역할에 아주 충실한 특징이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럼에도 주원규 작가의 위치 혹은 위치 선정이란 독특한 면이 있다. 이번 소설 역시나 소설 속 캐릭터들이 서사를 향해 얼마나 유기적이고 탄탄하게 엮여 있는지가 확연했고 어떤 캐릭터에도 비중있게 감정을 싣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소설의 비정한 분위기를 더욱 고취시키는 것 같았다.
<열외인종잔혹사> 이 후로 작가가 빚어내는 이야기에서 굳이 드러내지도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지만 드러나는 공통점들이 있다. 작가가 그려내는 사회와 생활은 ‘일반‘이나 ‘보통‘이나 ‘평범‘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일반과 이반의 경계 보통과 특별의 경계 평범과 비범의 경계에서 더하기도하고 덜하기도 하다.
일우와 월우란 이름부터 특징들까지 소설 속 쌍둥이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는 여러 이중성 혹은 다중성이 드러난다.
사실 어떻게보면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 한 몸인지도 모른다. 복수의 주체와 복수의 대상도 갈수록 모호해진다.
소설의 비정함과 그늘진 배경은 그것들이 가지는 독특한 저항을 보여준다.
한 해의 끝에 위치한 성인의 탄생을 기리는 ‘거룩한‘ 겨울, 크리스마스.
기차는 선로 위에서만 제대로 달릴 수 있다. 그 길을 벗어나면 ‘탈선‘이 되고 망가져 버린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 더해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근사하게 고속열차가 달린다. 그만큼 ‘탈선‘의 위험도 커지게 됐다.
기차표의 가격은 점점 부담스럽게 높아져갔고 돈을 낸만큼 편안함과 편리함의 강도도 높아지게 되어있다. 기차의 편성과 운행규율 역시나 빨라진 속도만큼 더 정교해졌고 더 중요해졌다. 이 규칙을 어기게된다면 큰 충돌 사고로 이어질거다.
그런 숨막히는 질서가 만들어내는 위계와 그 위계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폭력들. 이 소설의 그늘은 그런 위계와 폭력들이 탄생한 배경의 반듯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성한 날을 축복하는 캐롤이 울려퍼지는 한겨울의 그늘에 어떤 정서가 존재할리 만무하다. 엄청난 속도감으로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어내면서 느껴진 그 비정함들이 그래서 굳이 소름끼치지도 않았고 무너진 모든 경계에 허무하지도 않았다.
존재해야 한다면 분명히 절망과 좌절 그 아래에 남는 것이 있을테고 그걸 찾아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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