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 어느 장례지도사가 말해주는 죽음과 삶에 관한 모든 것
강봉희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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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죽음을돌보는사람입니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이의 환골탈태의 결심이라 할지언정,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가족조차도 목도하기 힘든 방치되어 부패된 시신이나 무연고자, 외국인 노동자, 심지어 코로나 사망자의 죽음을 자발적으로, 그것도 무료로 처리해준다니.

사회면 기사 단신 정도로 다뤄지는 고독사, 기사에서는 그 죽음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신문지면이 아닌, 악취가 나는 죽음의 현장에 저자가 있다. 몸을 닦이고, 입히고, 머리를 빗겨주며, 사느라 애 많이 썼다 다독인다. 그렇게 살면서 혼자였던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읽으며 내내 마음이 울렁거리고 고개가 숙여졌던 건, 나 하나 먹고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게 최선이다 타협하고 사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어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까지 외면당한 죽음을 수습하면서 저자가 보여주는 예와 선의는 그저 반들반들한 말로 전하는 그것이 아니었다. 태도로, 실천으로 행하는 것이었다.

한 명의 선인만 있어도 세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내 삶이 그 한 명의 처진 어깨에 얹힌 무임승차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올곧은 어른의 글을 읽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지나치게 건조한 날들 속 비뚤어진 마음이, 오랜만에 아주 잘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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