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거의 사회 초년병이나 다름없는 건축가 자신의 첫 작품을 이렇게 책으로 기록하고 후세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처음엔 그저 정리벽있고 실력보다는 운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지레짐작했던 내자신이 점점 부끄러워질정도로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는 실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제대로 다룰줄 아는 프로중의 프로였다.
1979년생. 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후 모국으로 돌아와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재원인 그는 대학 졸업후 유럽 여행을 하며 건축 양식을 습득하고 독일 설계 사무소에 입사해 약 3년 10개월 간의 경험을 쌓은 후 일본으로 돌아와 건축가로서의 삶을 살기로 한다.
그는 좋아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건물양식에 감탄하고 그곳에서 보게 된 포르콜라(곤돌라 사공이 노를 저을 때 배와 노를 연결하는 받침대로 사용되는 목재도구)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소품 하나하나에도 집중하고 매료되는 관찰자로서의 깊은 안목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인 여행 중 찾아나선 건축가 알바루 시자와의 만남에 대한 후일담, 자신의 스케치북을 보여주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도 높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그가 일본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합기도 관장인 우치다 다츠루의 집을 지어줄것을 의뢰받으면서 스스로 기록해나간 건축가 1년생의 첫 작업 기록지라고 할수도 있겠다.
무예와 공부를 함께하는 '모든 이의 집'을 잘 짓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결단, 땀과 의지가 책을 통해서도 제대로 전달될만큼 온 정성을 다해 하나하나 이룩해내는 성과들이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점점 모양을 갖춰나가는 건물 사진들을 통해 보는 재미도 깨알같았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점차 쇠퇴해가는 일본의 산림을 걱정하는 부분이나 삼나무를 이용해 일본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뚝심이라든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각별한 건축가였다.
집을 짓는 건축가로서의 자질, 인간성, 일의 순서, 한명 한명 그 분야의 장인들을 초빙해 점차 꿈의 팀을 완성하고 조율해가는 과정 등등 건축가라면 꼭 알아두어야할 기본 등에 대한 내용도 제법 잘갖춰져 있어 예비건축가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듯하다.
이 책에서는 설계가 완성되면 도편수가 주축이 되어 뼈대를 조립하고 미장이 장인이 흙을 가져다 벽에 바르고 기와장이가 기와를 올리고 텍스타일 디자이너 코디네이터가 커튼을 고르고 화백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분업해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을 잘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신입 건축가에게 본받을 점은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신중히 선택한 후에는 무한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으로 그들의 경력을 인정하고 북돋우는 그의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높은 위치에 서서 고자세를 취하는 등 방만한 경영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좋은 사람, 좋은 생각 속에 좋은 건축이 나온다는 말은 그런 면에서 진리이다.
마지막에 슬램덩크의 원작자 만화가와 건물주, 건축가가 그 건축물 '가이후칸' 안에서 나누는 대담역시 새겨들을 말이 많았다.
이런 기획성 책들이 앞으로도 많이 소개되어졌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몰랐던 건축에 관해 조금은 알게된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