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드라큘라'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드라큘라의 원작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또 그닥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한명이었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어떤가.
어둠을 싫어하고,마늘과 십자가를 들이대면 괴로움에 괴성을 질러대고, 순수한 소녀성을 간직한 여성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꽂아 쭉쭉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그걸로 모잘라 그 여성의 사랑까지 쟁취하는 나름 매력만점 고독한 어둠의 신사를 연상하지는 않는지...
우선 브램 스토커의 멋진 고전 '드라큘라'를 알게되서 또 읽게되서 너무나 기쁘다.
내가 알고 있던 드라큘라의 선입견이 몽땅 깨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ㅎ
일단 이 책에서 소개된 드라큘라 백작의 사랑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물려서 그때부터 창백해지고 날로 초췌해져가는 여인들은 있지만..
우선 그에게 물려 날로 헬쓱해져가다 목숨을 잃는 '루시 웨스텐라'의 이야기가 상편에서 다뤄지고,
그녀의 절친 '미나 머레이' 역시 드라큘라 백작에게 물려 어려움을 겪다 결국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하편에서 다뤄진다.
이 책은 독특하게 등장인물들이 쓴 '편지(서간)'들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용도 지극히 단순하다. 조너선 하커는 토지매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라큘라 백작의 집을 찾게 되는데 가는 도중 으시시한 경험을 하게 되고 별로 내키지 않으나 그곳에 당도한다. 결국 드라큘라 백작에게 갇히게 되고 간신히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열린 관안에 드라큘라 백작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데 죽이지 못한게 두고두고 그를 괴롭히게 된다.
한편 그의 약혼녀 미나에게는 절친한 여자친구 루시가 있는데 루시는 몽유병을 앓고 있다.
어느날 몽유병 증세로 밖에 나갔다가 뱀파이어에게 물린후 날로 창백해져가고 이 과정에서 루시의 약혼자 아서 홈우드는 의사 존 수어드 박사를 부르게 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진 반헬싱 교수까지 부르게 된다. 그들의 간절한 보살핌에도 결국 루시는 숨을 거두게 되고 그녀의 안식을 위해 그들은 마늘을 입에 넣고 가슴에 십자가를 박고 그녀의 목을 자르게 된다.
뱀파이어에게 물렸을때의 몽롱하고 게슴츠레하고 험상궂던 루시의 눈이 그녀의 죽음후 안식을 빌어주는 그 의식뒤에 순결하고 아름답고 이마와 뺨의 매끄러운 윤곽이 되살아나고 파리하던 입술색마저 새빨갛게 돌아온다는 묘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미나 역시 뱀파이어에 물려 루시와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건 아닐까 했는데..
그녀는 루시보다는 훨씬 의지가 강한 여성으로 묘사가 된것 같다. 지혜롭고 영민한 여성상을 브램 스토커는 미나를 통해 표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완벽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남자들은 하나같이 흑기사 정신이 투철한데, 모두들 적극적으로 여성을 지키기 위해 헌혈을 하고 밤샘보살핌에.. 대단한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결국 희생당하는 인물도 나오고..
이토록 오래된 고전이 세련된 필체로 되살아나니 읽을때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흔히 고전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말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비록 로맨스도 없고 드라큘라에게 인간성, 자비를 기대할 순 없었지만..
그역시 평범한 흡혈귀 이전의 생은 그누구보다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