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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 도시의 집에 관한 스물여섯 가지 관찰기
구선아 지음 / 진풍경 / 2025년 12월
평점 :
집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구선아 작가의 에세이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저자는 건축을 전공하고 대기업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책방 연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도시에서 살아오며 경험한 다양한 주거 형태와, 집만큼이나 의미를 지닌 장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투자 가치로서의 부동산을 말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장소로서 ‘집’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개인의 자산 상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문제와 맞닿아 있어, 에세이로 풀어내기 쉽지 않다.
책에는 건축을 전공한 저자의 시선에서 이상적인 담론이 담겨 있으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도 외면하지 않는다.
좋았던 점은 집과 저자 개인의 삶의 서사가 맞물려 있다는 점. 여기서 확장되어 책과 영화에서 풍부한 인용이 이어지며, 책을 덮고 나면 이런저런 화두가 떠오르게 된다.
아파트 키즈라는 말이 등장했을 때부터, 나는 그 개념이 만들어내는 여러 논의가 흥미로웠다. 이제는 이 책에서 말하듯,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게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다르지 않은 무게로 존재한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그 자체로 다양한 서사를 품은 노스탤지어의 상징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나의 많은 추억은 아파트 단지의 구성 요소들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집보다 더 좋아했던 옆집 언니네집은 나에게 최초로 서재방이라는 로망을 심어줬고, 단지 내 상가 피아노 학원에 대한 추억은 나만의 추억이 아니지 않을까. 오래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주워온 길고양이는 우리집 가족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기억이자 정체성의 일부다.
정연두 작가의 〈상록아파트〉(2001)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동일한 이름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32가구의 가족을 각자의 거실에 배치해, 일종의 가족사진처럼 촬영한 작업이었다. 같은 구조의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구 배치와 인테리어, 생활의 기운이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거실의 풍경들. 나는 그 작품이 무척 재미있었다. 전형적인 구조 속에서도 각자의 사연과 개성이 드러났고, 그 점이 평생 아파트에만 살아온 나에게 묘한 자존감을 안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는 초록이 우거진 숲이 보이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었다. 순진하게도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집은, 책에서 말하는 작가주의적 주택. 이를테면 알바 알토의 알토 하우스 같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제일 비용이 많이 드는 집이였다. ^_^;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불가능한 선택지이지만, 꿈꾸는 일은 자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