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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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는 ‘사피엔스(Sapiens)’와 ‘학문(-ology)’을 뜻하는 접미사를 결합해 저자가 창안해낸 단어로, 풀이하면 현생인류에 대한 학문이다. 제목대로 이 책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지구에 출현하여 진화를 거듭하며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모든 역사와 지식을 집대성했다. 저자는 과거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통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의학자로서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기 위한 도구로 그 기원을 이해하기로 시작한 여정이 이 책이다.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출현한 호모사피엔스는 마지막 빙하기에 아프리카를 탈출하고 인지혁명을 일으킨다. 두뇌 피질 속에서 자기 성찰 능력과 자전적 기억을 쌓으며 상상력과 언어력을 창발한다. 이 독특한 종은 지능, 혁신 본능, 통제 욕구를 바탕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룬다. 다른 형제 종들이 사라지는 마지막 최대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로 땅이 녹자 인류는 신석기 혁명과 함께 농경을 시작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건 최악의 실수라는 관점도 있지만, 저자는 이를 인간 본성에 가까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본다. 자연과 동식물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본성은 농경 사회를 촉진했고 농경은 도시와 국가를 이루고, 잉여물의 축적을 만들어냄으로써 지배 계급과 권력구조를 탄생시켰다. 이후 산업혁명과 화석 문명을 시작하고,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어 오늘날 인류가 살아가는 시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바로 ‘인류세(The anthropocene)’이다.

세계 기후변화를 다루는 연구 프로젝트인 국제 지구권-생물권 프로그램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1950년 기점으로 세계 인구, 각 국가별 총 생산량, 에너지 사용, 등 12개의 사회경제적 지표와 이산화탄소, 오존, 지구 온도, 열대우림 손실, 해양 산성화 등 12개의 지구 시스템에 관한 지표는 마치 무수한 로켓들이 동시에 발사 되는 것처럼 1950년대를 기점으로 일시에 폭증하는 모습이다.

자연의 법칙까지 통제하던 인류는 20세기 들어 원자핵과 전자에까지 통제권이 미쳐 원자폭탄과 통신기기, TV와 라디오를 만들고, 전 세계를 하나의 사고로 엮어 나간다. 21세기 들어서는 유전자를 비롯한 생명 자체에 대한 통제도 시작됐다. 오늘날 사이버-메타버스 시대로 향한 인류는 반세기 동안 전에 없던 기술들을 만들어 1~2년 뒤의 미래도 짐작하기 어려운 시대로 가속 폐달을 밟는 중이다.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의 미래는 어떠한가?

이제 호모사피엔스는 스스로 이뤄낸 성과의 부작용으로 실존적 위험을 겪고 있다. 현존하는 실존적 위협 중 혁신적 기술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환경과 기후 위기다. 인류는 화석 에너지 시대를 종식하고 대체 에너지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우주로 지평을 넓힌다. 아프리카의 한 줌의 작은 집단에서 시작한 인류의 유전자는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려는 강렬한 본능을 지닌 것으로 본다. 저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에서 미래를 그려 본다. 지구가 아닌 행성을 찾아 나서는 다중행성종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소설 속에만 가능한 게 아닐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 멸종에 대비하여 화성으로 이주하는 계획에 실제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 그는 인류는 미래에 두 방향으로 갈라질 것이라며 여러 행성으로 분산되거나, 한 행성에 갇혀 결국 멸종을 겪을 것이라 한다. 그의 계획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1,000년 후에도 인류는 계속 존재할 것인가? 아마도 존재하겠지만 더 이상 호모사피엔스로서 존재하지는 않을 수 있다. 1만 년 후에도 인류의 문명은 존재할 것인가? 그것은 답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구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지만 그 예측의 시야는 3세대 앞도 안 된다. 우주의 시간에서 인간의 역사는 찰나에 불과하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표현에 따르면,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잡는다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12월 31일, 자정을 앞둔 마지막 10초 동안 번뜩인 불꽃에 불과하다.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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