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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이 책은 죽음을 피하고 싶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부활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지털 불멸성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의 제목 <두 번째 인류>란 디지털 클론에 대한 은유다.
우리는 잊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매 순간 기록도 하고 따로 어딘가에 전자매체를 통해서 저장을 하기도 한다. 나의 기억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더이상의 나는 아니고 오직 빈껍데기만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영혼을 잃어버린다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깼는데 자신이 여태까지 경험하고 듣고 보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한 것들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래도 우리는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 여태까지와 같은 성격, 의견, 선호도, 관심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같은 약점, 결핍, 허점을 갖고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기억을 잃으면 우리는 더 이상 아니게 된다. p.124
이러한 공포를 떨치기 위해서 디지털 클론이 등장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되살린 ‘대드봇’, 죽은 친구를 스마트폰 앱으로 환생시킨 ‘고 로만’, 자신의 삶, 기억, 생각까지 전부 기록하는 ‘메멕스’ 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클론이 원본, 즉 오리지널과 어떻게 다른가? 이전과 같은 영혼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과 관련된 복원(재건축), ’테세우스의 배‘ 등의 다양한 예를 들었다.
우리가 보는 인간의 진정성이란 결국 영혼이다. 인간 또한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심각한 질병, 트라우마, 다른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우리의 성격은 극단적으로 변할 수있다. 사람들은 대개 예전에 깊이 사랑하던 사람이 극단적으로 바뀐다면 그 사람을 다시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변화하기 전의 근본적인 모습만이 진짜 사람인가? 아니면 변화 후에 나타난 사람 또한 ‘오리지널’로 봐야 할까?
p.303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모가 변하듯이 우리의 사고방식 또한 변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이며 예전의 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나는 오리지널이다. p.301
더욱이 생각해볼 문제는 디지털 클론의 성장으로 나타는 부수적인 문제이다. 디지털 클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디지털 클론을 만든 회사인가? 디지털 클론의 원본이 되는 본인, 고인 또는 유가족인가? 무분별한 디지털 클론의 생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해결해야 되는 숙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