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른의 말을 듣기 좋아한다. 잘 알려진 유명인의 책을 읽는 건 반반이다. 좋기도 그렇지 않기도. 후자는 저자에 대한 관심도가 책을 앞서버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좀 힘들어지곤 한다. 이 책은 이름 두 자만으로 이미 충분한,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첫 산문집이다. 나는 일부러 이 책을 받아 놓고 가수 이적에 대해서 찾아보지 않았다. 이적을 모른다는 건 거짓말!! 실제로 본적도 있다! 학창시절 이적의 드림온을 꼬박 듣느라 밤 12시까지 깨어있는 생활을 하기도 했고, 대학교 2학년 때는 내가 속한 단과대에 강연을 오기도 해서 다른 거 제쳐두고 달려가 들었었다. 그때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라’는 말을 강조 하셨던 거 기억난다. <다행이다>를 들으며 눈물 흘리던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내게 가수 이적은 멋진 어른! 그의 감성이 좋다. 따뜻하지만 마냥 밝은 면만 보여주지 않는, 달팽이와 같이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흔치 않은 그만의 감성이 좋다.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었다. 요즘 시대에 걸맞는, 이른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 시킨 단문을 일부러 구상해 썼다고 했다. 한 페이지에 딱 1분이면 읽을 수 있는 단문이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 이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데 몇 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다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아….! 하게 만드는 펀치라인을 되짚느라. 벙찌고 찡하고 씁쓸하고 재밌고 그랬다. 긴 글보다 걷어내고 걷어낸 짧은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 미니멀한 책이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Less is More”. 책의 만듦새도 미니멀 그 자체라서 매우 마음에 든다. 정말 나보다 어른이고, 아버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임에 틀림없어 하면서. 난 이렇게 몇자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일렁일 수 없는 애송이임을 깨닫는다. 저자에 대한 관심도가 다시금 올라가버렸으니 이번 독서는 사심이 가득해버렸다. 그림책을 세 권이나 쓰셨다는 건 처음 알았다!! 와우…그림책 찾으러 갑니다.!!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김영사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