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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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른의 말을 듣기 좋아한다. 잘 알려진 유명인의 책을 읽는 건 반반이다. 좋기도 그렇지 않기도. 후자는 저자에 대한 관심도가 책을 앞서버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좀 힘들어지곤 한다. 이 책은 이름 두 자만으로 이미 충분한,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첫 산문집이다. 나는 일부러 이 책을 받아 놓고 가수 이적에 대해서 찾아보지 않았다.

이적을 모른다는 건 거짓말!! 실제로 본적도 있다! 학창시절 이적의 드림온을 꼬박 듣느라 밤 12시까지 깨어있는 생활을 하기도 했고, 대학교 2학년 때는 내가 속한 단과대에 강연을 오기도 해서 다른 거 제쳐두고 달려가 들었었다. 그때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라’는 말을 강조 하셨던 거 기억난다. <다행이다>를 들으며 눈물 흘리던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내게 가수 이적은 멋진 어른! 그의 감성이 좋다. 따뜻하지만 마냥 밝은 면만 보여주지 않는, 달팽이와 같이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흔치 않은 그만의 감성이 좋다.

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었다. 요즘 시대에 걸맞는, 이른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 시킨 단문을 일부러 구상해 썼다고 했다. 한 페이지에 딱 1분이면 읽을 수 있는 단문이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 이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데 몇 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다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아….! 하게 만드는 펀치라인을 되짚느라. 벙찌고 찡하고 씁쓸하고 재밌고 그랬다. 긴 글보다 걷어내고 걷어낸 짧은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 미니멀한 책이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Less is More”. 책의 만듦새도 미니멀 그 자체라서 매우 마음에 든다.

정말 나보다 어른이고, 아버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임에 틀림없어 하면서. 난 이렇게 몇자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일렁일 수 없는 애송이임을 깨닫는다.

저자에 대한 관심도가 다시금 올라가버렸으니 이번 독서는 사심이 가득해버렸다. 그림책을 세 권이나 쓰셨다는 건 처음 알았다!! 와우…그림책 찾으러 갑니다.!!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김영사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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