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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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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입었던 외투가 덥게 느껴지면 마음이 설렌다. 그럴 만도 하지.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기단 북풍의 영향으로 11월부터 3월까지는 거의 다섯 달은 춥지 않은가. 1월은 무언가를 야심 차게 해내기엔 지나치게 춥다. 그러므로 새해의 진정한 시작은 3월이다. 그런데 무기력의 원인을 날씨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찮다. 내 안의 한 없이 미루고 가라앉는 <인사이드 아웃>의 우울이가 겨울이면 날씨를 핑계 삼아 더 활개를 칠 뿐.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거다. 아침에 세운 계획은 너무 쉽게 어그러져 있고, 어느새 나는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이 양산한 영상의 파도를 타고 있다. “계획한 일과 실제로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면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비결을 심리학에 의거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20대의 대부분을 마약성 진통제에 빠져 자기 부정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 그녀는 학교에서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고질적인 정신적 문제를 모두 극복하게 된다.
책에는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는 튜토리얼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몇 가지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값 비싼 심리 상담 못지 않다.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무기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기력한 감정은 잘못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우등생 같은 자아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여러 자아를 동시에 가진 복잡한 체계다. 이런 여러 자아에는 우월이 없다. 그저 내가 가진 일 부분일 뿐이다. 부분, 부분의 총합이 나란 사람이다. 이 여러 자아를 모두 인정해주는 것. 이것이 자기 이해의 출발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양육자가 되어 이들을 3인칭으로 이름 붙여 보살펴 주는 거다. 내 이름을 불러주며.
이런 메타인지적 사고는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나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한 발짝 물러서면 별일도 별일 아닌 게 될 때가 많다.
책에서는 심각한 사건의 트라우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작고 사소한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알게 모르게 그로부터 방어적인 일면을 갖춘다. 그렇게 형성된 어두운 자아는 우리 내면의 그림자와 같은 것으로 관심사병처럼 특별히 돌봐주고 들여다 봐주어야 하는 존재다.
☀️백수린 소설가의 단편 <아주 환한 날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강사는 수업시간에 그렇게 말하곤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너무 무서워.
부디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못난이라 치부한 내면 아이를 너그러이 대면하자.
📝자신을 게으르다고 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수치심이 생길 뿐이다. p.86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는 표현은 실제로는 ‘나의 뇌는 나를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p.89
📝건강한 신경계는 동적이다. (중략) 건강한 신경계는 업과 다운을 부드럽게 왔다갔다 한다. p.90
📝싫어하는 자아도 우리 정신의 일부다. 우리의 자아는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의 내면에서 필연적이고 가치가 있다. 자아는 숙련된 보호자나 코치가 없을 때만 문제가 된다. 숙련된 보호자는 규칙과 한계를 정한다. 숙련된 보호자는 감정을 인정하고 경계를 세울 줄 안다. p.121
우리 내면의 숙련된 보호자가 있는가? 한 마디로 나 스스로를 잘 알고 나 자신을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할 수 있다. 결국은 자기 이해가 우선이다. 책에서는 이를 ‘자기 양육의 기술’이라고 부른다. 내면이 허기를 느낄 때 이른바 “그림자 간식”을 먹이는 거다.
📝그림자 간식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며 심지어 즐거운 관용이다. p.124
📝 온전해지려면 그림자가 필요하다. 온전함에는 빛과 어둠이 모두 필요하다. p.128
책은 이 밖에도 가족, 친구, 사랑 관계와 중독과 나쁜 습관에서 비롯된 무기력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한다. 체스게임에 빗댄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간단한 규칙 7가지는 전략적이다.위에도 언급했듯이 비싼 심리 상담 못지 않다. 이 한 권의 책에서도 충분히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 어린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출생, 유아기, 걸음마 시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버텨냈다. 이것만 해도 자랑거리다. 제 역할을 하는 어른으로 연금술처럼 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앨리스가 왕과 여왕, 토끼와 광기의 미로를 빠져나왔듯이, 우리도 할 수 있다.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