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을유사상고전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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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쇼펜하우어’를 검색해보면 괴팍하게 생긴 노인의 얼굴과 함께 “고독도 능력이다.” “인간의 삶은 왜 고통인가?”와 같은 냉소적인 메시지의 섬네일들이 뜬다. 나에게도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독설쟁이 염세주의자로 각인 되어 있었다. <머리맡에 쇼펜하우어>와 같은 쉽게 편집된 책에서도 그의 철학을 접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의 핵심 철학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가 주창하는 핵심 철학은 ‘의지의 전능성’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위라는 뜻이 아니라, ‘욕망’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는 세상 만물이 이 의지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았다.

📝“이 의지의 활동은 결코 쉬지 않고 만족할 줄 모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살려고 부단히 애쓸 뿐이다. 쇼펜하우어가 볼 때 의지는 노력하고, 욕망하고, 상승하고, 희망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증오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의지는 이성보다 더 강할 뿐 아니라 더 본원적이고 더 본질적이다.” p.555~556p <해제>

그는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르는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고통 받고 불행해진다고 보았다. 이 욕망을 이성으로 극복하여야만 비로소 인간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수저로 태어나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생계 걱정 없이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던 그가 어떻게 삶의 고통을 논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버지에게 경영수업을 받는 대가로 일찍이 전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었고, 그가 여행하며 목격한 ‘세상은 고통’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살로 추정되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괴테와 교류하던 문인 어머니로부터는 천재성을 물려 받았지만, 평생 어머니와 불화를 겪었다.

📝“쇼펜하우어는 청소년 시절의 여행으로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참혹한 현장을 경험했고,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보았다. 그러한 고통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었고, 결국 이것이 그의 의지 철학의 근원이 되었다.” p.549 해제

번역가 홍성광님이 쓴 해제를 참고하여 그의 철학을 요약해 보았다. 쇼펜하우어의 글은 재밌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 보이는 철학자의 심중에는 위트가 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 나 자신의 욕망 때문이었다니. 전에 의욕 하던 것들을 더 이상 의욕 하지 않는 초연한 상태를 행복에 가깝게 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상과도 비슷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현자들은 같은 말을 한다고 했다. 이는 지나가 버린 과거와 오지 않는 날에 마음 쏟기보다 현재를 명랑하게 살아야 함을. 현재만이 실재하며 나머지는 단지 사고의 유희, 즉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소품과 부록>이다. 소품에서는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행복론)을, 부록에서는 인생에 관한 철학의 글(인생론)을 실었다. 워낙 명언이 많아서 이러다 모든 페이지를 밑줄 긋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삶에 바로 적용 가능한데다, 돌직구라 재밌다. 그의 철학은 유용해서일까? 두 세기가 지나도록 살아남아 2023년의 30대 여성인 나에게도 삶의 지침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행복론 ‘인간을 이루는 것에 대하여’에서 ‘인격’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명랑한 성정의 이로움을 설파하는 부분 눈여겨 읽었다. 쇼펜하우어는 ‘명랑한 인격’을 재산, 명예, 명성보다도 귀한 가치로 본다. 어릴 때 명랑하다는 칭찬을 정말 많이 들었던 나인데, 사회생활 하며 내가 좀 닳아졌나. 요즘은 그런 소리 못 듣고 있다. 새삼 ‘명랑한’이라는 단어가 좋게 느껴진다. Cheerful!

*인종차별적 생각이 있어서 놀랐다. 정신이 빈약하고 천박한 사람일수록 외부에서 무언가 얻으려 하므로 사교적이라는데, 이를 흑인에 비유했다. 35페이지에 나온다. 19세기 독일의 백인 남성임을 감안해도 적나라해서 조금 놀라긴 했다.

*여성관 역시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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