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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소 -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와의 인터뷰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평점 :
글쓰기는 <<진정한 나만의 장소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내가 자리한 모든 장소들 중에서 유일하게 비물질적인 장소이며, 어느 곳이라고 지정할 수 없지만, 나는 어쨌든 그곳에 그 모든 장소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p.11 서문
“지식의 획득은 항상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어떤 취향, 사회적 질서의 차별과 늘 함께해요. 이 지식에의 도달은 분리를 동반하고요. 사실상 저는 이 분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어쩌면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고요. 그 분리가 제 안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p.30
“저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제 인생에 흥미를 갖는 일이 아닌, 이 분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이 되게 만들어요.”p.81
이 책은 인터뷰집으로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작품 이야기 뿐만 아니라 글쓰기, 독서에 관한 작가의 철학을 들을 수 있다. 사회적인 상처와 아버지에 대해, 낙태에 대해, 20세기 후반을 살아온 여성의 삶의 여정에 대해 정면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는 작가는 연이어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글들. 필연적인 글들. 사물처럼 확실한 글들. 문자 그대로 진정한 장소로부터 나온 글들. 문을 밀고 들어가 글이 된 아니 에르노의 말이 머무는 장소에 잠시 머물러 본다. 얼른 아니 에르노가 강바닥에서 건져 올린 돌을 만져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녀의 모든 책이 궁금해진다.
“책을 펼친다는 것, 그것은 정말 문을 밀고 들어가서 자신을 위해 어떤 일이 펼쳐지는 장소에 있게 되는 것이죠. 저는 독서를 그렇게 생각해요.”p.109
“구성이란 세상과 겨루는 일이며, 체험한 시간 외에 다른 시간을 창조하는 것이에요.
글쓰기란 시간을 창조하는 일이죠. 독자들이 들어가게 될 시간이요.”p.110
“저에게 중요한 것은 책을 내는 게 아니라, 글 그 자체뿐이었어요.”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