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야생 쪽으로

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작고 여린 동식물을 비롯해 맹금류는 물론이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보호, 기후 위기까지 거시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개인적이기도 한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100자평] 작은 태양

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글이 너무나 따스하고 정겨워서 며칠동안 한 장 한 장 아껴 읽으며 행복했다. 린량의 글을 통해 무척 고되지만 소중한 경험인 육아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는 함께 성장한다는 걸 배웠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작은 태양

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많은 일을 겪는다. 이 모든 일이 글의 소재가 되고, 그중 나와 직접 연관된 일을 적은 글을 신변잡기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장르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듯하지만 위트가 느껴지고 그 안에서 글쓴이가 독자와 나누고 싶은 소중한 의미나 가치도 배울 수 있다.

대만 아동문학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린량은 아흔이 넘는 생애 동안 필명으로도 본명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이번에 만난 <작은 태양>은 그의 대표 에세이집으로 그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건너가 신혼생활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기록해놓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와 비슷한 개발도상국 시대를 거친 타이완의 과거 생활사를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 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뚜껑이 없는 상자에 메뚜기 세 마리를 담아 키우는 심정으로 육아를 하는 아버지 린량의 혜안을 배울 수 있었다.

신혼 시절 단칸방에 살림을 차린 린량 부부의 이야기로 서두가 열린다. 빈 벽이 두 개, 창문 하나로 바깥 세상과 안이 구분되어 가구를 들여놓으니 한 가운데 네모진 작은 공간만 남았는데 그들은 그곳을 광장이라고 부른다. 그 작은 광장은 둘이 마주보고 서면 꽉 찰 정도로 작지만 그들에겐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날씨는 늘 습하고 고층 건물이 한창 올라가던 시기. 사람들은 물에 흠뻑 젖은 물고기처럼 걸어다니는 타이베이에서 그들의 작은 태양 첫째 잉잉, 둘째 치치, 막내 웨이웨이가 태어나면서 생활은 더욱 바삐 돌아간다. 40여편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를 통해 세 아이들이 개성을 뚜렷이 드러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 건너 대만의 단란한 가족 생활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끊임없이 떠올랐는데 그들과 우리의 생활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시에서 맞벌이하는 부모와 아이들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시간의 노예가 되어 바삐 움직이는데 그 속에서도 각자의 빛을 잃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글이 너무나 따스하고 정겨워서 며칠동안 한 장 한 장 아껴 읽으며 행복했다. 린량의 글을 통해 무척 고되지만 소중한 경험인 육아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는 함께 성장한다는 걸 배웠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100자평] 광개토태왕 담덕 3

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퇴근 후 도착한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몇 장 넘겨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만큼 재미있었던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3>. 척박한 환경에서 기지를 펼치며 생활해나가는 고대인들을 보며 그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때로 불만을 표하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광개토태왕 담덕 3

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방대한 양으로 인해 시작 전엔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지만 표지를 넘기는 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장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역사소설이 아닐까 싶다. 광개토태왕은 지금껏 여러 곳에서 도서와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지만 피상적인 모습만 만날 수 있을 뿐이어서 자못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분명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는 걸 인지하고는 있지만 고구려의 정사를 다룬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물인 신라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신라 중심의 기록인데다 중국 자료를 참고한 간추린 기록이고, 여타 기록물들도 대다수의 사건은 건너뛰고 서술하여 광개토태왕이라는 인물을 되살려 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잊혀가는 우리의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들 중 엄광용 작가님은 지난 20여 년간 중국 등지를 돌아보며 부족한 사료를 찾아 메우고 보완하였다. 그렇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탄생한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줄어드는 게 아쉬울 만큼 재미있다.

16대 고국원왕(할아버지) → 17대 소수림왕(큰아버지) → 18대 고국양왕(아버지) → 19대 광개토태왕

백제와 고구려 양측의 지략으로 긴장감 넘치던 평양성 전투부터 고국원왕의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태자 구부가 왕위에 올라 주변 세력의 방해를 무릅쓰고 불교를 수용하고, 태학을 설립하며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담덕이 드디어 태어나면서 2권은 마무리되었다.

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꼬마 담덕이 전면에 등장한다. 태어나자마자 시해될 뻔한 아기 담덕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섯 살이나 차이 나는 호위무사와 비슷한 체격에 성품 역시 어른스러웠다. 이 설정이 마치 신화를 보는듯했지만 그럼에도 절로 빠져들게 된다.

태제 이련과 동궁빈 연화는 자식의 안위가 걱정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 담덕을 뛰어난 스승 을두미가 있는 연화의 고향으로 보낸다. 고구려인과 말갈인들이 어울려 지내는 개마고원 인근에서의 모험 같은 생활은 훗날 위대한 담덕이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물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듯 한 흐름 속에서 앞뒤로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 나라의 정치 현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웃 나라에서 혼란스러우면 그 기류가 전염병처럼 다른 나라에까지 퍼져 파장의 변화를 일으키곤 한다.

중국 대륙의 나라들이 내란으로 혼란스러워지자 고구려에서도 반역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선대 고국원왕의 태제를 모시던 하대곤은 태제의 아들 해평을 다음 왕위에 앉히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가 소수림왕이 병석에 눕자 품고 있던 계획을 실행한다.

이련과 연화, 담덕까지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신의를 지키는 이들 덕에 다행히 그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역사 책에서 배운 덕에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생생한 묘사로 손에 땀을 쥐며 읽었다. 반란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들의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3권은 마무리된다.

퇴근 후 도착한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몇 장 넘겨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만큼 재미있었던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3>. 척박한 환경에서 기지를 펼치며 생활해나가는 고대인들을 보며 그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때로 불만을 표하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정치란 바로 백성들에게 신명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신명은 힘든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하주며, 전쟁터에서의 공포도 가시도록 만들어준다. 신명이야말로 우리 고구려의 기질이면서 줏대와 같은 것이다."

시대 상황이 바뀐만큼 정치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부여해주고 싶은 신명. 신명을 잃지 않고 늘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