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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평점 :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많은 일을 겪는다. 이 모든 일이 글의 소재가 되고, 그중 나와 직접 연관된 일을 적은 글을 신변잡기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장르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듯하지만 위트가 느껴지고 그 안에서 글쓴이가 독자와 나누고 싶은 소중한 의미나 가치도 배울 수 있다.

대만 아동문학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린량은 아흔이 넘는 생애 동안 필명으로도 본명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이번에 만난 <작은 태양>은 그의 대표 에세이집으로 그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건너가 신혼생활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기록해놓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와 비슷한 개발도상국 시대를 거친 타이완의 과거 생활사를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 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뚜껑이 없는 상자에 메뚜기 세 마리를 담아 키우는 심정으로 육아를 하는 아버지 린량의 혜안을 배울 수 있었다.

신혼 시절 단칸방에 살림을 차린 린량 부부의 이야기로 서두가 열린다. 빈 벽이 두 개, 창문 하나로 바깥 세상과 안이 구분되어 가구를 들여놓으니 한 가운데 네모진 작은 공간만 남았는데 그들은 그곳을 광장이라고 부른다. 그 작은 광장은 둘이 마주보고 서면 꽉 찰 정도로 작지만 그들에겐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날씨는 늘 습하고 고층 건물이 한창 올라가던 시기. 사람들은 물에 흠뻑 젖은 물고기처럼 걸어다니는 타이베이에서 그들의 작은 태양 첫째 잉잉, 둘째 치치, 막내 웨이웨이가 태어나면서 생활은 더욱 바삐 돌아간다. 40여편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를 통해 세 아이들이 개성을 뚜렷이 드러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 건너 대만의 단란한 가족 생활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끊임없이 떠올랐는데 그들과 우리의 생활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시에서 맞벌이하는 부모와 아이들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시간의 노예가 되어 바삐 움직이는데 그 속에서도 각자의 빛을 잃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글이 너무나 따스하고 정겨워서 며칠동안 한 장 한 장 아껴 읽으며 행복했다. 린량의 글을 통해 무척 고되지만 소중한 경험인 육아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는 함께 성장한다는 걸 배웠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